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에서 12·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12월30일 SBS라디오 출연 등을 통해 자신의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사실을 인정했다.
익명성이 보장된 게시판의 특성을 이용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왔으나 당무감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자 하는 수 없이 입을 연 것이다.
국힘 당무감사위는 2024년 11월 제기된 당원 게시판 비방글 문제 관련해 장동혁 대표 취임 후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사건을 조사해 왔다.
전체 87.6% 단 2개 IP에서 작성, 여론 조작 정황
당무감사위는 지난해 12월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제가 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의 87.6%(1428건)가 단 2개의 아이피(IP·Internet Protocol)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의 정황이 확인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서 이 사안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IP 주소란 컴퓨터·스마트폰 등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디지털 기기에 부여된 고유한 식별 번호로, 말하자면 ‘집 주소’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특정 게시글이 어떤 위치 혹은 기기에서 작성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당원 게시판 비방글의 작성자 계정이 한 전 대표 가족의 실명 및 생년월일과 정확히 일치했을 뿐 아니라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중 상당수가 휴대전화 뒷자리 4개 번호가 같았고, 가입 정보의 거주지 지역구가 서울 강남구병으로 모두 동일했다.
“비난받을 일은 저를 비난하시라”… 빼박 증거에 사실 인정
이러한 빼박 증거와 함께 당무감사위의 발표가 나오자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방송을 통해 “가족들이 비판적인 글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가족이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린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저를 비난하시라”며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단 하루 만에 태도 돌변… “정치공작, 법적 책임 묻겠다”
그런데 단 하루 만인 같은 달 3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내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하는 등 게시물 명의자를 조작했다”며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국힘 내부에선 친한동훈(친한)계 인물들이 한 전 대표를 감싸며 ‘조작된 발표’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하는가 하면 반대 측에서는 한 전 대표의 공식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명백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친한계가 명분 없는 싸움에 나서는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권 및 공천 주도권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먹잇감 때문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박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