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0일(현지시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일반수출입세법(LIGIE) 개정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EPA=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날아든 멕시코의 관세 폭탄은 결코 가벼운 소식이 아니다. 멕시코가 한국산 자동차·기계·철강 등 전략 품목 1463개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특정 품목 조정이 아니라 산업 전반을 겨냥한 사실상의 통상 제재다.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분명하다. 미국을 의식한 선택이다.
도덕 아닌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국제 통상
문제는 멕시코의 결단이 아니라 이를 마주한 대한민국의 태도다.
멕시코는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한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치명타를 입는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자 멕시코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인도·베트남 등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한꺼번에 묶어 관세 장벽을 쌓았다.
냉혹하지만 현실적인 선택이다. 국제 통상은 도덕이 아니라 힘과 이해관계로 움직인다.
철강 업계 무너지면 국가 기간산업 전체 흔들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정부의 대응은 “영향을 최소화해 달라”는 요청 수준에 머물렀다. 이게 과연 제조업 국가의 대응인가. 특히 철강 업계는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산 저가 공세, 미국의 보호무역에 이어 멕시코까지 관세 장벽을 세웠다. 철강은 자동차·조선·방산·건설로 이어지는 국가 기간산업의 뿌리다. 이 뿌리가 흔들리면 제조업 전체가 무너진다.
외교·통상보다 정치 프레임에 몰두하는 정부·여당
그럼에도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외교·통상 위기에 대처하기보다 정치 프레임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다. 내란 몰이, 진영 대결, 지방선거 계산이 국익에 앞서 있다.
외교와 통상은 결과로 평가받는 영역이다.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 국격은 말이 아니라 힘으로 드러난다. 지금의 대응은 솔직히 말해 초라하다.
한국 국민과 언론도 정신 차려야
그러나 문제의 책임을 정부와 정치권에만 돌릴 수는 없다. 한국 언론과 국민 역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언론은 통상·산업·외교의 구조적 위험에 대해서보다 자극적인 정쟁과 말싸움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관세 50%가 의미하는 산업적 파장을 깊이 분석하기보다 하루이틀 뉴스로 소비하고 만다.
국민 역시 “설마 우리에게까지”라는 안이함에 익숙해졌다. 세계는 이미 각자도생의 전장에 들어섰는데, 우리는 여전히 평시의 감각에 머물러 있다.
멕시코가 한국을 관세 대상에 올린 이유
왜 멕시코는 한국을 쉽게 관세 대상에 올렸는가.
첫째, 한국은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 둘째, 미국 중심 통상 질서에서 한국의 전략적 존재감이 약해졌다. 셋째, 한국 정부가 통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국제 통상에서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약점이다.
친중·친북으로 오해받는 외교는 산업에 치명적
이제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철강·자동차 등 전략 산업에 대한 통합 통상 컨트롤타워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 국정 기조를 이념이 아닌 국익 중심의 외교·통상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친중·친북으로 오해받는 외교 기조는 산업에 치명적이다.
멕시코의 50% 관세는 경고다. 정부는 정치에서, 언론은 정쟁에서, 국민은 안일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인삭 한미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