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시위대 살해와 처형을 멈췄다는 정보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시위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 강행 기류가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 당국이 8일(현지시간) 저녁 다시 한번 전국의 인터넷을 차단했고, 이동통신과 유선전화까지 순차적으로 차단하면서 단번에 9200만 명의 시민이 외부 세계와 단절되는 사건일 발생했다.
그동안 이란 당국은 위기 국면마다 통신을 차단해 왔다. 2019년 연료 보조금 축소에 항의한 시위, 2022년 마사 아미니(Mahsa Amini) 사망 이후 전국으로 번진 시위 때도 통신을 차단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범위와 강도에서 과거의 수준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스페이스X의 저궤도(LEO) 위성 인터넷인 스타링크(Starlink) 접속까지 방해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2022년 시위 때도 스타링크 이용한 이란 시민들
2022년 시위 당시 시민들은 검열을 우회해서 스타링크로 통신했다. 그들은 스타링크를 통해 시위 현장의 사진과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전파했다. 독재 정권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 하늘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시민들에게 희망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이란 당국은 한 단계 진화한 대응을 택했다. 지상 통신망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성 통신마저 위축 또는 차단시키고 있다. 이란 당국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도심지의 옥상을 드론으로 감시해서 단말기 소유자를 체포하고 있으며 국지적 재밍(jamming·통신이나 레이더 체계를 방해하는 전파 간섭)도 병행하고 있다.
스타링크 단말기는 무선 주파수(RF) 신호, 네트워크 패턴, 설치 환경 등의 특징만으로도 충분히 육안으로 탐지가 가능하다. 평평한 직사각형 형태의 단말기는 하늘을 향한 각도로 설치될 수밖에 없어 은닉이 쉽지 않다. 실제로 600여 곳에서 스타링크 단말기 소유자를 체포 또는 현장 사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처벌 위험을 우려해 접속을 포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란 당국, 완전 차단보다 실제 사용 어렵게 하는 방식의 대응
스타링크는 위성과 사용자(집에 설치된 단말기)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KU 대역(12~18 GHz)과 위성과 지상국(게이트웨이) 사이의 대량 데이터 전송에 사용되는 KA 대역(26.5~40 GHz)에서 작동하며, 다운링크는 약 10.7~12.7GHz, 업링크는 약 14~14.5GHz로 알려져 있다.
데이터를 한꺼번에 몰아서 빠르게 보내는 ‘버스트 타입(burst type)’ 전송, 안테나 방향을 바꾸지 않아도 전파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빔 조향’ 기술, 이동하는 위성들을 신속하게 갈아타는 ‘패스트 핸드오프(fast handoff)’ 기술은 인터넷 끊김을 방지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설계이다.
이 때문에 전국 단위의 완전 차단은 쉽지 않다. 하지만 시위 지역에서 발생한 전파 방해(재밍)로 인해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자주 끊기고, 데이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상이 심해졌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연결은 가능하지만 실제 사용이 어려운 상태를 만드는 방식이다.
스타링크는 위상 배열 안테나와 좁은 빔을 사용해 전파 간섭에 비교적 강하지만, 무력화시키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운링크(수신)가 아닌 업링크(송신)에 대해 전파방해를 할 경우, 수신은 가능해도 송신이 차단돼 통신은 사실상 마비된다.
이에 대해 이란 당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가 축적한 스타링크 단말기 탐색 또는 재밍 노하우를 전수받았거나, 중국으로부터 관련 장비와 기술을 도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보 흐름 차단… 억눌린 분노가 더 크게 표출될 것
재난 또는 당국의 검열로 지상 통신 인프라가 붕괴 또는 차단되어도 위성 인터넷은 정보의 마지막 생명선이었다. 그러나 독재자는 그 생명선을 위축시키고 차단하는 방법 또한 학습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권력과 제도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2026년 1월의 이란에서 통신 차단으로 확보되는 침묵은 본질적으로 일시적이다. 정보의 흐름이 막히는 순간 유언비어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공포는 축적되며, 억눌린 분노는 결국 더 큰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표출될 것이다.
현재까지 이란에서는 바시즈(Basij) 민병대, 경찰, 특수 치안부대가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고 있다. 아직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만약 혁명수비대가 본격적으로 투입될 경우 사태는 대규모 유혈 진압, 즉 대학살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지 및 국제 인권 단체들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는 1만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수십 명만 총격으로 사망해도 대부분의 군중은 공포에 질려 해산한다. 그러나 이란인들은 앞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규모 사망자에도 시위 멈추지 않는 이란 시민들
왜 이란에서는 이처럼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해도 시위가 지속되는가?
첫째, 공포의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보통 군중은 “물러나면 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할 때 해산한다. 그러나 이란에서는 상당수 시민들이 후퇴해도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체포와 고문, 장기 구금이 반복되어 온 이란에서는 물러나는 선택이 더 이상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단계에 이르면 공포는 시민을 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노를 확대시키는 연료로 작동한다.
둘째, 폭력의 지속성과 일관성이다.
이란 당국의 폭압 정치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구조적으로 반복돼 왔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이번만 참자’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권의 폭력이 난무하면 시민은 공포에 적응하고 체제 전환 외에는 출구가 없다고 판단한다. 외부에서는 “왜 이렇게 희생이 큰데도 계속 싸우는가”라고 묻지만, 이란 시민들은 “이미 갈 데까지 갔는데 여기서 멈추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셋째, 미래 세대의 상실감이다.
시위 참석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은 젊은 세대다. 이들은 취업, 자산 형성,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어느 것에서도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물러난다”는 선택이 설득력을 잃는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는 위험 회피보다 위험 감수가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넷째, 종교 권위의 붕괴다.
이란 체제의 핵심은 종교적 정당성이었다. 그러나 폭력이 오래 지속된 이란에서는 종교의 권위는 이미 시궁창에 박혀 버렸다. 최고 지도부, 특히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체제는 더 이상 ‘신성한 체제’가 아니라 하나의 독재 정치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체제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정권 붕괴… 군·치안 조직이 명령을 수행하지 않을 때 시작돼
그러면 어떤 정권이 무너지고, 어떤 정권이 버티는가?
정권 붕괴의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시위의 규모나 희생자의 숫자가 아니다. 결정적인 변수는 권력이 유지되는 구조가 언제, 어떻게 끊어지는가에 있다. 체제가 무너지는 순간은 시민이 거리로 나오는 시점이 아니라, 군과 치안 조직이 더 이상 명령을 일관되게 수행하지 않을 때다. 1989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șescu)의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붕괴한 이유는 군이 발포 명령을 거부하거나 중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은 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정치 지도부, 군 수뇌부, 정보기관, 사법부, 국영 기업과 종교 지도자 등의 엘리트 연합으로 유지된다. 이 연합이 분열되면, 정권이 교체된다.
옛 소련의 붕괴는 민중 봉기보다 엘리트 연합의 붕괴로 인한 것이었다. 반면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엘리트들이 결속하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일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