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쟁포로 북송되면 3대 멸족이라는데”… 국제사회 관심 절대적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6-02-01 20:19:09
기사수정
  • 우크라이나 북한군 전쟁포로들 한국행 원해
  • 국제사회의 감시와 주목은 강제송환 억제 효과

한국에서 보내온 편지를 읽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 북한군 전쟁포로 평강 군. [사진=겨레얼통일연대]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전쟁포로의 짧은 동영상이 SNS를 타고 급격히 번지고 있다. 

 

영상 속 포로들(1999년생, 2005년생)은 만약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본인은 물론 3대가 멸족할 거라는 우려 섞인 말을 전달했다. 

 

이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어린 포로들을 북한으로 되돌려보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인권법은 종전 후 전쟁포로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게 원칙이지만 강제송환금지(Non-refoulement) 규정이 있어 본국 송환 시 심각한 박해가 예상되는 경우 강제로 돌려보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북한군 포로를 인터뷰했던 ‘겨레얼통일연대’의 입장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연대는 국제인도법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본지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연대는 “국제기구는 ‘전쟁포로는 교환될 수 있다’는 일반론만 반복하고 있다. 북한군 포로라는 특수한 현실 앞에서 이 원칙은 치명적”이라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북한은 돌려보낸 포로를 처벌하고 제거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송환은 곧 박해이며, 경우에 따라 죽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충분히 입증돼 있다는 게 겨레얼통일연대의 입장이다.

 

어머니를 그리는 노래를 부르는 북한군 전쟁포로 리강은 군. [사진=MBC피디수첩 캡처]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 한 정치 전문 평론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들을 카드로 한국에 뭘 요구하면 좋을지 계산하며 뜸 들이는 것 같다”며 “북한 눈치를 많이 보는 이재명정권 역시 전적으로 포로들의 한국행을 환영할 수만은 없는 입장 아니겠나”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전 정권인 윤석열정부가 이미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기에 지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간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을 넘어 국제사회가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겨레얼통일연대’의 입장문 전문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곧 희망!… 북한군 포로 한국행 이뤄져야 

 

국제인도법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전쟁포로들을 둘러싼 국제기구의 태도는, 그 고귀한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법은 존재하지만, 보호는 보이지 않는다.

 

국제기구들은 제3제네바협약을 근거로 “전쟁포로는 교환될 수 있다”는 일반 원칙만 반복하고 있다. 이 문장은 추상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북한군 포로라는 특수한 현실 앞에서, 이 원칙은 그들에게 치명적이다. 

 

북한은 돌려보낸 포로를 처벌하고 제거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송환은 곧 박해이며, 경우에 따라 죽음이다. 이 사실은 이미 국제사회에 충분히 입증돼 있다.

 

그럼에도 국제기구가 ‘중립’이라는 이름 아래 침묵을 택한다면, 그것은 중립이 아니라 책임 회피다. 법 조항을 반복하는 태도는 안전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침묵의 대가는 언제나 가장 약한 개인이 치른다.

 

교환은 선택일 수 있으나 강제송환은 범죄

 

전쟁포로 교환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교환’이라는 개념이 강제송환의 위험을 가리는 방패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법은 송환 이후 고문·처형·강제실종이 합리적으로 예견되는 국가로의 송환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금지 규범의 문제다.

 

그럼에도 국제기구는 이 핵심 원칙을 전면에 세우지 않는다. 대신 “억류국의 판단”이라는 모호한 표현 뒤로 물러선다. 

 

그 결과 보호의 주체여야 할 국제사회는 사라지고, 모든 윤리적·법적 부담은 전시국가 하나에 전가된다. 이것이 과연 국제기구가 말하는 인권 보호인가.

 

‘대중의 관심으로부터의 보호’ 누구를 위한 조항인가

 

국제기구가 반복하는 또 하나의 문구는 “전쟁포로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이 조항의 목적은 포로의 안전 확보이지, 침묵 강요가 아니다.

 

북한군 포로의 경우, 이러한 비공개는 보호가 아니라 위험이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북으로 돌려보내질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반대로 국제사회의 감시와 주목은 강제송환을 억제하는 가장 현실적인 보호 장치다. 그럼에도 국제기구는 이 조항을 목적이 아닌 문언 그대로 해석하며 현실을 외면한다. 법을 지키기 위해 인간을 버리는 역설이 여기서 발생한다.

 

자유의사를 말하지 말라는 보호는 보호가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포로의 자유의사 표현 자체가 위험 요소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강제송환 원칙의 출발점은 언제나 개인의 자유롭고 진정한 의사다. 의사를 묻지 않고, 말하지 못하게 하면서 보호를 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성립하지 않는다.

 

탈북민 사회가 분노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침묵을 강요당하는 체제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몸으로 겪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국제기구가 “조용히 있어야 보호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논리는 북한 체제의 논리와 위험하게 닮아간다.

 

국제기구의 침묵, 보호의 공백으로 귀결

 

우크라이나는 억류국으로서 북한군 포로의 존재와 자유의사를 공개했다. 이는 보호 의무를 방기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전격적 개입을 요청하는 신호였다. 비공개 협의와 조용한 외교만으로는 이 사안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엔 인권기구의 공식 보호면담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비강제송환 원칙에 따른 보호등록 절차도 개시되지 않았다. 공개는 있었지만, 보호는 따라오지 않았다.

 

국제기구는 북한군 포로를 ‘전례 없는 위험 사례’로 인식하면서도, 그 위험에 상응하는 예외적 보호 결단을 회피하고 있다. 

 

보호의 초점은 점점 포로의 생명과 자유가 아니라, 논란 관리와 여론 통제로 이동하고 있다. 그 결과 보호는 지연되고, 문제 제기만 문제시되는 기이한 상황이 반복된다.

 

탈북민 사회가 느끼는 분노와 절망

 

탈북민 사회에게 국제기구는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보호 장치다. 그러나 그 국제기구가 침묵할 때, 남는 것은 절망뿐이다. 

 

비공개 개입으로 중국의 강제북송이나 북한 내 인권유린이 개선된 사례를 그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오히려 공개되지 않았기에 더 큰 비극을 겪어야 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래서 탈북민 사회는 다시 우크라이나를 향한다. “자식이 감옥에 갔는데 가만히 있을 부모가 어디 있느냐”는 절규는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국가와 국제기구의 공백 속에서 나온 마지막 책임의 언어다.

 

침묵은 중립일 수 없어

 

북한군 전쟁포로 문제는 더 이상 ‘검토 중인 사안’이 아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알고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개입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험대다. 

 

탈북민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국제기구 스스로가 약속한 원칙, 자유의사 존중과 강제송환 금지를 실제로 작동시키라는 요구일 뿐이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지금 이 침묵은, 누군가를 다시 철창 너머의 죽음으로 돌려보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제기구가 답해야 할 시간은 이미 충분히 지났다.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유니세프-기본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