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추진한 글로벌 관세 조치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관세와 조세 권한이 의회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긴급경제 권한의 해석 범위를 제한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공개한 판결문에서 재판관 6대3 다수 의견으로 “IEEPA는 금융 제재를 위한 법률이지 포괄적 관세 부과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 제1조를 언급하며, 행정부가 긴급 권한을 근거로 새로운 관세 체계를 도입한 것은 입법권 영역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수 의견은 특히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 정책에는 명확한 의회 위임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중대 사안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을 적용했다.
판결문은 의회가 관세 권한을 위임할 때는 법률 문언에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명확한 위임 원칙(clear statement rule)’을 강조하며, IEEPA 조항에는 관세 설정을 직접적으로 허용하는 문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또 의회가 관세 권한을 부여해 온 기존 입법 구조도 비교 논거로 언급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나 통상법 301조처럼 관세 권한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사례와 달리, IEEPA에는 같은 수준의 위임 문언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해당 조항들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긴급경제 권한의 범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부가적 설명으로 풀이된다.
판결문은 관세가 실질적으로 조세 기능을 가진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외교·안보 상황을 이유로 행정부가 세입 권한 영역까지 확대할 경우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경제적 긴급 상황이 존재하더라도 헌법이 정한 권한 배분 구조 자체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반면 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서 대통령의 대응 재량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수 의견은 긴급경제 권한이 일반적 통상정책 수단으로 전환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미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특정 관세 정책의 적법성 판단을 넘어, 행정부 권한 위임의 한계를 재확인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이 긴급경제 권한에 대해 엄격한 문언 해석을 적용하면서, 향후 경제·통상 분야 행정명령에 대한 사법 심사 기준도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