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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국은 끝났고, 인도는 시작됐다 ④반도체의 다음 질문
  • 김영 기자
  • 등록 2026-02-27 15: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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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기준점, 중국은 리스크
  • Semicon India의 가능성과 한계
  • 기업은 준비됐지만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인도 구자라트주 돌레라(Dholera)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 프로젝트는 2026년 12월 첫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THE TIMES OF INDIA]

인도는 기회인가, 시험대인가

 

인도라는 좌표에 가장 늦게 도착한 산업은 반도체다.

 

자동차는 이미 전장·소프트웨어·AI를 동반해 인도에 안착했고, 배터리는 전기이륜차 시장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도체는 아직 ‘질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인도는 반도체에게 기회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시험대인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보면 이 질문이 왜 쉽게 답되지 않는지 드러난다.

 

미국은 기술과 안보의 기준점이다. 최첨단 공정과 장비, 설계 생태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TSMC, Intel, NVIDIA 등 글로벌 반도체 질서는 미국을 축으로 설계된다.

 

반면 중국은 매출 비중은 크지만, 수출 통제와 기술 이전 제한, 지정학 리스크가 상시화된 시장으로 변했다. 


문제는 ‘중국을 포기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중국이 없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느냐다.

 

이 지점에서 인도가 후보로 떠오른다.

 

인도는 정치·안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미국과의 전략적 충돌 가능성도 크지 않다.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차량 전장, AI 엣지 기기 확산과 함께 중장기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인도 정부는 Semicon India를 통해 파운드리, 후공정(OSAT), 설계(Design)까지 포함한 생태계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자동차·배터리와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반도체는 시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막대한 초기 투자, 장기간의 회수 기간, 공급망 안정성, 외교·안보 변수까지 한꺼번에 작동한다. 

 

기업 단독의 판단만으로는 인도 진출의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

 

중국과의 비교도 중요하다.

 

중국은 국가 총력 산업으로 반도체를 밀어붙이며 보조금과 보호 정책을 집중했다. 단기간에 생태계를 키우는 대신, 외국 기업의 기술 의존을 빠르게 자국 중심 구조로 전환했다.

 

인도는 다른 길을 택했다. 기술 흡수 후 배제보다는 외국 기업과의 동반 정착을 표방한다. 이는 장점이지만 동시에 속도의 한계이기도 하다. 반도체는 ‘함께 가자’는 구호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 인도는 그래서 미묘하다.

 

미국을 기준점으로 삼는 전략은 이미 고정돼 있다. Samsung Electronics와 SK hynix 역시 미국 안보·통상 프레임 속에서 움직인다. 중국 리스크 관리도 피할 수 없다.

 

인도는 그 사이에 놓인 잠재적 제3의 축이지만, 아직은 시장과 정책이 완전히 맞물리지 않았다. 자동차와 배터리가 기업 주도로 먼저 길을 낸 것과 달리, 반도체는 국가 전략 없이는 발을 떼기 어렵다.

 


문제는 산업 자체보다 정책의 공백이다.

 

한국 정부의 인도 전략은 외교·통상 문서에는 등장하지만, 반도체를 포함한 산업별 설계도로 구체화되지 않았다. 어떤 공정에, 어떤 단계로, 어떤 형태의 협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은 이미 인도를 좌표로 삼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만은 여전히 개별 기업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다.

 

반도체가 인도에서 답을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도의 한계라기보다 설계의 부재에 가깝다. 

 

자동차와 배터리는 시장 조건이 먼저 성숙했고, 기업이 그 신호를 읽었다. 

 

반도체는 그 반대다.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이를 현실로 연결할 정책적 연결 고리가 부족하다.

 

인도는 반도체에게 아직 ‘답’이 아니다. 그러나 질문은 분명해졌다.

 

중국 이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인도를 단순한 생산기지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 내수와 공급망의 한 축으로 설계할 것인가.

 

이 선택은 기업만의 판단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 차원의 전략 설계가 따라붙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 질문을 한 단계 더 확장한다.

 

기업은 이미 움직였지만, 정부 전략은 왜 보이지 않는가. 인도를 둘러싼 한국 산업 전략에서 드러나는 정책 공백의 실체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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