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 육사 40기
국정기획위원회가 해병대 1·2사단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육군에서 해병대로 이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현 정부와 민주당은 임기 내 환수 강행을 위해 해병대 1·2사단의 전작권을 육군에서 해병대로 이관하는 방안(이하 ‘해병대 전작권 환수’)부터 확정한 것은 본격적인 전작권 환수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이는 해병대 특수성·사기·자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하나의 장점을 위해 일백여 가지 이상의 문제를 불러오는 졸속 결정으로 국가 방위체계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지휘관계와 작전수행 효율성을 뒤흔들 우려가 있기에 그 배경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성급한 작권 환수는 단순한 편제 조정 문제가 아니라, 한미가 합의한 ‘조건 기반 전환(COTP)’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다. ‘자주국방’ 명분으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약화시키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부추기는 위험한 속도전이며, 중공·북한에게 유리한 안보 역주행이자 ‘안보 공백’을 초래하기에 재검토가 필요하다.
1. 전작권 환수는 한미동맹 몰이해에서 오는 동맹 훼손
일각에서는 전작권 환수를 '미군의 종속에서 벗어나 주권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호도하지만, 이는 전작권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현재의 한미연합사 지휘체계는 한미 양국의 장군들이 각각 사령관과 부사령관을 맡아 공동으로 운용하는 연합 구조다. 전시 상황에서 연합사 사령관(미군)은 한국군에 작전을 지시하기 전에 반드시 부사령관(한국군)과 협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종속 관계가 아닌,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의와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상호 합리적 의사결정체다.
이러한 합리적 협력 지휘관계를 무시·외면하고 전작권 환수를 서두르는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깊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은 6.25 전쟁과 베트남전에서 피를 나눈 혈맹(血盟)이다. 상호방위조약으로 맺어진 여타 동맹과 심지어 나토(NATO) 회원국 간의 관계와도 차별화되는 깊은 신뢰와 역사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안보 공동체다. 한미동맹은 일방적인 종속 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위협에 함께 대응하고 상호 이익을 증진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이면서 한미의 공동 안보자산이다.
지난 70여 년간 한반도의 안정과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해 온 한미동맹의 실질적 가치를 무시하고 이념적 잣대로만 동맹의 본질을 폄훼하는 것은 극심한 논리적 모순이면서 반국가 행위다.
2. ‘해병대 전작권 환수’는 연합작전 효율성과 지휘체계 일관성 훼손
수도권 방위와 상륙 작전의 핵심 전력이 독자적인 지휘체계를 갖게 되면, 전구(戰區,전쟁이 벌어지는 아주 넓은 지역 전체) 차원의 유기적인 전력 운용과 통합 작전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현대전의 핵심은 모든 전투력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네트워크 중심전(NCW)인데, 해병대와 육군이 별도의 전술교리와 작전 수행 방식을 고수하게 되면, 지휘통제 및 통신체계가 분리되어 효율적인 정보 공유와 합동 작전 수행 능력이 약화되고 실작전간에는 혼선을 초래할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지휘 일원화는 전쟁 승리의 핵심 요소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동·서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던 비결과 1991년 걸프전의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도 미군은 군별(軍別) 가용 전력을 단일 지휘부 아래 통합 운용하여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 사례들은 군별 독립성이 아닌, 통합된 지휘 체계가 현대전의 승리를 결정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나 해병대의 지휘체계 이관은 단순히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집권적 통합과 분산된 자율성을 해치고 작전 성공을 어렵게 할 것이다.
3. '자주국방' 명분 뒤에 숨은 안보 역주행 반대
해병대 1·2사단의 전작권을 육군에서 해병대로 이관(‘해병대 전작권 환수’) 결정은 군사적 효율성을 무시한 정치적 고려다. 한미동맹의 미묘한 역학 관계를 모르거나 뭔가에 쫓긴 우매한 결정처럼 보인다. 해병대 핵심 전력이 지휘체계에서 분리되면 작전 효율성 저하, 연합작전 혼선, 한미동맹 상호 운용성 훼손 등 수많은 치명적 문제를 초래하기에 ‘해병대 전작권 환수’ 결정은 제고·폐기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방은 한미동맹으로부터 분리하고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국방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 ‘해병대 전작권 환수’ 문제는 정치적 목적에 휘둘린 결정으로 보이기에 군은 군사적 효율성, 합동성, 그리고 연합작전 수행 능력이라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