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 육사 40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전쟁’) 종전은 단순히 한 지역의 분쟁이 끝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21세기 새로운 국제 질서가 본격적으로 재편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이 전쟁의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진정한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기타 지역에서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미중 패권 경쟁을 본격화 하자는 트럼프의 의도가 엿보인다.
1. 트럼프의 전략은 러시아를 자유 진영으로 전환? 북중러 연결고리 끊기?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에 투입되었던 막대한 군사적·경제적 자원과 외교적 에너지는 이제 다른 곳으로 향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전쟁 피로감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가 더 이상 미국에게 ‘최우선 위협’이 아니라는 전략적 판단에 기반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군사적 한계를 노출했고, 서방의 제재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립되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2023년 러시아의 대중국 수출은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러시아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참고로 2024년 중국은 약 9,900억 달러의 역대 최대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러시아를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지 않고 직접 설득과 협상으로 동반자 전략을 택할 수 있다. 푸틴도 전쟁 장기화로 정치적 궁지에 몰릴 수 있기에 미국의 제어 전략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적 약점을 안고있는 푸틴의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분리하여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장기적인 그림의 일부다.
시진핑 실각설은 중국의 권력 구조, 경제 상황, 대외 관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어 공식적으로 단정을 지을 수 없다. 지금 시진핑 실각설이 도는 것은 일부 전문가는 중공 스스로 중공 견제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로 보고 있다.
미국은 시진핑의 중공이 어느정도 힘이 빠진 것으로 판단하고, 우크라이나 문제에 소모되는 힘을 아껴, 반도체 공급망, 인공지능, 5G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공을 압박하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공고히 하려는 집중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공 관련 전략은 모호하여 단정을 지울 수 있는 게 없다.
2. ‘러우전쟁’ 종전은 우리에게 득인가? 위기인가?
트럼프가 ‘러우전쟁’을 종전하도록 압박하는 게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구도라면, 미국은 '책임 분담론'을 내세우며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협상 등에서 표면화될 것이다. 한국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더욱 복잡한 딜레마에 놓이게 될 것이다. 현 정부가 전향적 전선 전환을 지체할수록 국익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문제는 이러한 미중 경쟁의 지렛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어떤 형태든 김정은이를 물밑에서 설득하거나 중국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북한의 속내를 활용하여 중국 견제 카드로 사용할 것이고, 중국 또한 한반도 문제에 집요하게 개입하여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는 두 강대국의 전략적 계산에 따라 '전략적 완충지' 혹은 '갈등이 충돌하는 최전선'이라는 양면적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미국 조야의 입장은 한미동맹을 어떻게 해서든 유지하고 강화하길 바랄 것이다.
3. 입체적 군사 대비태세와 주도적 외교로 위기 극복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우리가 나갈 방향과 전략은 명확하다. 더 이상 친중·친북적 정략적 이해관계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기존 한미동맹을 단순히 군사적 차원을 넘어, 경제, 기술, 문화 등 포괄적 가치 동맹으로 확장하여 현 동맹 관계의 다양성과 다층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다변화하고, 일본, 유럽 등 유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여 외교적 지평을 넓혀야 한다. 돌을 맞을 각오를 하는 주장이지만 ‘한일동맹’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셋째, 북한 문제를 한반도 당사자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서방과 유엔사와 연대한 입체적 노력을 해야 한다. 9·19 군사분야합의 복원과 대북방송 장비까지 철거하는 평화 구걸이 아니라, ‘북한이 핵과 대량살상 무기를 폐기하면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는 조건부 제안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몰래 퍼주고 우리 안보를 자해하면서 북한이 변하길 바라는 것은 무모하고 실효성이 없으며 역으로 말릴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의 좌파 정권 대북정책이 반증(反證)하고 있지 않는가?
‘러우전쟁’의 종전은 곧 우리에게 새로운 국제 질서의 현실을 직시하게 할 것이다. 이 거대한 전환점을 위기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전략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트럼프가 러시아를 자유 진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통일과 고토회복도 기대할 수 있지만, ‘러우전쟁’이 종전이 아닌 북중러 연대가 더 강화된다면 시진핑은 정치적 위상 회복을 위해 대만을 공격할 것이고, 중공은 한미동맹 전력의 대만 투입을 막기 위해 북한에 의한 국지도발도 유도할 것이다. 전쟁은 지면 죽는 게임이기에 북중러 연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잔인한 수단도 동원할 것이다.
국제정세는 5분 뒤를 알 수 없기에 우리 군(軍)은 다각도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비태세를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