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 육사 40기 국가의 마지막 보루인 군(軍)의 반석은 ‘원칙’과 ‘신뢰’다. 그러나 안규백 장관 취임 이후 우리 군은 그 반석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북한군 30여 명이 대낮에 군사분계선을 침범했을 때, 작전 현장에서는 도발한 적에게 바로 경고사격으로 대응했지만, 상부에서는 나흘간 침묵하고, 되레 북한이 큰소리를 친 뒤에야 마지못해 침범 규모를 30명이 아닌 수명으로 축소해 발표했다. 이는 정치가 군에 개입하여 안보 정보를 차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한 신호다.
1. 무너진 원칙으로 폐망한 국가들의 교훈
역사적으로 정치권력이 군을 장악하고 원칙을 무너뜨렸을 때 국가는 예외 없이 패망의 길을 걸었다. 로마 제국은 황제 시대에 군인들이 사리사욕과 정치적 야망으로 자신들이 옹립한 황제를 위해 싸우다 몰락을 자초했다. 청나라 말기, 이홍장의 ‘북양군’은 황실이 아닌 개인에게 충성하는 사병(私兵) 집단으로 전락하여 청일전쟁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했고 제국 붕괴의 서막이 되었다.
북한군 30명의 침투에 대해 군이 제대로 대응해도 정치가 개입하면 늑장·축소로 변질된다.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9년 6월 15일, 북한 목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동해안 삼척항까지 들어와 정박한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도 군의 최초 보고를 안보실에서 변조한 일이 있었다. 적의 도발에 대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군사 대응도 정치가 개입하면 군을 무기력한 병정놀이 집단으로 추락시킨다.
군의 판단 기준이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의 대북 기조’에 맞춰지기 시작할 때, 적은 반드시 그 허점을 파고든다. 군을 국민으로부터 분리시켜 불신을 조장하고, 최전선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혼란에 빠뜨린다.
2. 남베트남 패망의 결정적 원인, 간첩에 의한 내부 붕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론 부대의 위치와 제원 등 최상급 군사 비밀이 언론에 실시간으로 유출되었음에도 국방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특검 소관’이라며 사실상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상명하복과 군기강의 기본을 해치는 소위 '항명 매뉴얼' 교육과 장병들의 사고를 통제하려는 '진중문고' 폐기 논란 등 군 내부의 기강을 스스로 허무는 위험천만한 일들은 남베트남의 패망 과정을 연상시킨다.
남베트남은 막강한 미군의 지원과 현대적인 무기체계에도 불구하고 내부로부터 붕괴했다. 북베트남은 수많은 간첩을 남베트남 군과 정부 요직에 침투시켰다. 대표적인 인물이 타임(TIME)지 기자로 위장 활동했던 북베트남의 전설적 간첩 팜 쑤언 안(Pham Xuan An)이다. 그는 남베트남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군 고위 장성들과 어울리며 최고급 군사 정보를 빼돌려 아군의 위치를 적에게 노출시켜 군사작전을 번번이 실패하게 만들었다. 결국 남베트남 군은 지휘관을 믿지 못하고, 동료를 의심하며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3. 안보단체가 나서서 결기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군은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역사가 증명하듯, 군이 정치에 예속되고 내부로부터 신뢰가 무너지면 패망으로 이어진다. 지금이라도 위정자는 군을 흔드는 정쟁을 중단하고 군은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바라보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흔들리는 군을 바로 세우고, 전투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장관 한명 교체한다고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군이 정치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분석하고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12·3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국정기획위’를 앞세워 군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개조·해편하면서 ‘군을 전쟁을 할 수 없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군을 마구 흔들고 있다.
안보단체가 나서서 군사 비밀 유출, 항명 논란, 주요 도발에 대한 군 지도부의 대응 실패에 대해서 엄중한 질책을 하고, 군 지휘부가 정권이 아닌 헌법과 군 자체 법령에 의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안보단체가 안보 위기를 직감하고 여야 지도부를 향하여 국방부 장관 지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 군 감찰 기구’를 만들도록 압박해야 한다.
4.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비상 대책들
합참의장이 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부 규정인 ‘합동교전규칙’을 강화하여 MDL, NLL, 영공 침범 및 포격 도발 등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해 현장 지휘관의 판단하에 '선조치, 후보고'가 자동으로 시행하도록 자위권 행사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현장 지휘관 판단해서 추가 도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비례성 원칙과 충분성의 원칙을 구체화해야 한다. 현재의 교전 규칙에 정치가 개입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응의 자동화’를 군 자체 시행령을 보완하고 전 장병에게 교육해야 한다.
AI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입체적인 군사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AI 전술 대응팀을 구축하여 비무장 지대 영상과 데이터로 군사 도발 팩트를 24시간 수집하고, 군의 안보 파괴 정책을 사전에 분석하여 경고하며, 군 지휘부의 정책 분야 실책도 AI가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안보를 ‘음지’에서 ‘양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AI 기반 정신교육 동영상 교재를 개발하여 월남 패망사, 로마 멸망사 등 무너진 국가들의 역사에 대한 동영상 방영과 토론 교육, 6·25 전쟁 시리즈 동영상 교육, 하버드, 예일 등 세계 석학의 인문학 강의 제공 등 문명의 도구를 활용한 장병 정신교육으로 안보의식을 무장시켜야 한다. 북한의 심리전과 내부의 정치적 선동에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국민의 군대인 군(軍)은 어떤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헌법이 보장하는 본연의 자세로 군 내부를 결속시키고 강하게 만들어 정치에 의해 무너진 군사 원칙과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