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입항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연합뉴스
핵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6개국뿐이다. 모두 핵보유국이자 핵기술을 가진 강대국들이다. 최근 한국이 핵잠수함 건조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며 핵잠수함 운용국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핵잠수함 실전 배치까지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승인을 받은 자체는 안보와 외교의 쾌거다.
객원논설위원·육사 40기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핵잠수함은 “침묵의 억제자”로서 북·중·러의 핵 공격을 억제하는 최종 무기다. 핵잠수함 승인 결정은 단순한 군사 협력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새로운 진화 단계로 평가된다.
1. 핵잠수함 승인은 자주권과 전략적 자율권 확보
핵잠수함은 장기간 은밀히 잠항하며 적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다. 핵잠수함 승인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국가의 자주권과 자주적 억제력과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권 확보를 의미한다. 조금 더 의미를 확대하면, 핵잠수함 승인은 핵무장의 첫단추이자, 한국이 ‘의존적 안보’에서 ‘자강 안보’로 이동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다.
핵잠수함 승인은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의 제약을 현실적으로 완화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서 ‘미국의 필리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만들어서 가져갈’ 것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한미동맹 역할 분담 차원에서 실무 검토를 거치면 한국은 이제 군사용 핵연료 확보의 공식적 통로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을 단순한 방위협력에서 전략적 신뢰의 동맹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2. 핵잠수함 도입은 군사적 이익에 비례하는 국가 과제를 요구
가장 큰 외부 과제는 미국 조야의 동의와 미국의 의회에서 예외적 추가 협정을 담은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트럼프 정부의 행정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제규범의 충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은 비확산체제(NPT)를 준수하면서도 투명한 핵물질 관리 체계를 제시, 핵연료 자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핵잠수함용 핵연료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려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핵 물질의 투명성과 안전장치와 감시 부담을 기꺼이 수용하고,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자율과 감시의 역설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핵잠수함 보유는 안보 자산이 아니라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 핵 자주권은 책임을 전제로 할 때만 존중받는다.
기술적 난제도 크다. 핵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는 안전성이 생명이다. 우리의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육상에서 소형 원자로를 건설하여 충분한 운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술적 안정성과 운용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핵연료 장입과 유지보수를 위한 항만·인프라 인증도 국제 기준에 맞춰야 한다. 뭔가 보여주려는 과속은 사고를 낳고, 신중은 신뢰를 낳는다.
기술은 신뢰와 보안 유지 속에서만 완성된다.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핵연료 공급을 요청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필리 조선소를 언급한 것은 기술 보안을 염두에 둔 고도의 발언으로 보인다. 전수 받은 핵잠수함 추진 신기술이 북한과 중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의심을 받으면 모든 약속과 지원은 끊어지고 동맹마저 흔들릴 것이다. 핵잠수함 도입의 성패는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 기반과 철저한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
3. 핵잠수함 추진은 전쟁방지 의지와 인류평화 기여 전략이 필요
핵잠수함 도입은 벌써 중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핵잠수함을 운용하면서도 시진핑은 우리에게 비핵화 임무를 강조했다. 핵잠수함 추진은 우리의 필요충분 조건의 국가 생존 사업이기에 주변국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벌써 중국의 사드 보복이 연상·예상된다.
핵잠수함을 방해받지 않고 원만하게 추진하려면 군사력 증강보다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전략국가’의 면모와 의지를 표출해야 한다. 단순한 군사력의 상징이 아니라 지역 안정에 기여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설정하고, 핵의 힘보다 더 큰 절제력과 ‘전쟁방지’라는 최종 목적을 견지하여 인류 평화에 기여하려는 지혜와 품격을 증명해야 한다. 정부와 핵잠수함 추진단은 이번 미국의 승인을 한국에 부여한 가장 가성비 높은 전략이자 무거운 사명임을 각성해야 한다.
그동안 핵무장을 향한 보이지 않는 오래된 노고가 성과를 거두려면, 군(軍)은 핵 잠수함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다는 신념을 무장하고 고도의 추진력을 발휘하고, 국회는 정쟁을 멈추고 우리 힘으로 전쟁을 막고 한 차원 더 도약하는 국력 증진 방안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며, 안보 정책 입안자와 안보 리더는 핵잠수함의 억제력부터 온전한 핵무장까지 통찰적 접근으로 전쟁을 방지하고 국익 증진과 평화적 남북 통일을 앞당겨야 한다. 핵 관련 모든 요원들의 보이지 않는 애국심과 절제력과 지구력을 발휘할 것을 제안하고 기대한다.
박필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