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연설하는 조갑제 대표. / 연합뉴스.
정성홍 민간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지구의 나이가 45억 년쯤 된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생명체가 태어나고 사라졌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존재가 있다. 바로 바퀴벌레다.
인류보다 3억 6천만 년 먼저 등장한 그들은, 공룡이 멸종할 때도 살아남았고, 원자폭탄이 터져도 꿈쩍 않는다.
살충제만 아니면 지금쯤 지구의 주인은 그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의 대표 보수 논객이자 반공의 상징이던 조갑제 씨가 자신의 SNS에 “한국의 극우는 어둡고 더러운 곳에서만 사는 역사의 바퀴벌레”라며 비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덕분에 오랜만에 바퀴벌레가 뉴스의 중심에 섰다.
조 씨의 문장은 문학적으로는 괜찮았지만, 과학적으로는 부정확했다.
왜냐면, 바퀴벌레는 빛을 싫어해도 멸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어둠 덕분에’ 지금까지 생존해 왔다.
한때 조갑제는 “반공”이라는 빛의 신봉자였다.
2000년대 초, 그는 김대중을 향해 “남북관계는 선악의 대결”이라 일갈했고, 5·18마저 “반공 민주화운동”이라 정의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천성산 지율 스님의 단식이 화제가 되자 “단식 100일? 기자들은 다 죽었다!”며 혀를 찼다.
그의 반공 DNA는 박정희 전집 13권을 써낸 데서도 드러난다.
그야말로 ‘보수의 정화조 청소부’이자 ‘빨갱이 퇴치 전문가’였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부정선거론은 코로나보다 위험한 바이러스”라며 이재명에게 연정을 베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극우는 역사의 바퀴벌레”라고 규정함으로 패륜아라 욕하던 인물에게 머리 숙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세기의 반전이었다.
한마디로 반공의 화신이 ‘이재명 팬클럽 가입서’를 들고 있는 기적의 현장이었다.
무엇이 그를 바꿔놓았을까.
그의 논리를 해체한 건 이념이 아니라, 아마도 백신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시대, 백신은 전 세계를 통제했고, 사람들은 부작용에 시달렸다.
그 또한 그 후유증을 비켜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의 페이스북은 마치 발열 환자의 SNS처럼 변했다. 팩트체크를 외치던 입은, 이제 ‘보수 내부의 바이러스’를 향해 독설을 쏟는다.
그리고 결정적 장면.
올해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
그는 트럼프와 이재명의 회담을 ‘성공적’이라며 극찬했다.
“트럼프가 윤석열을 구출하리라 믿는 자들이야말로 바퀴벌레 같은 존재”라며 SNS에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다음날 미국은 전혀 다른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만 9,500억 달러를 부담하는 구조였다.
결국 바퀴벌레는 한국 쪽에만 남았다.
그 사이, 정부 각료 명단을 보면 전남과 전북이 즐비하다.
조현 외교장관(김제), 김정관 산자부장관(장성), 정성호 법무부장관(익산), 안규백 국방부장관(고창), 정동영 통일부장관(순창), 김윤덕 건교부장관(부안), 정은경 복지부장관(광주)…
이쯤 되면 내각회의가 아니라 호남 향우회 저녁 모임이다.
조은석 특검(장성), 문홍주 특검보(해남)도 참석했다면 그야말로 ‘전라도 올스타전’이 완성됐을 터다.
그들은 오늘도 개딸들의 환호 속에 “전진 앞으로!”를 외친다.
그런데 역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바퀴벌레는 혼자 살지 않는다. 무리를 짓고, 들리지 않게, 보이지 않게, 그러나 영원히 살아남는다.
그래서일까.
조갑제의 말대로라면, ‘역사의 바퀴벌레’가 어둠 속에서 산다고 했지만,
지금 그 어둠 속에는 그 자신이 들어가 있다.
빛을 외면한 건 바퀴벌레가 아니라, 빛을 내던 사람이었다.
정치란 결국 생존의 기술이다.
빛이든 어둠이든, 살아남는 자가 결국 승자다.
다만 한 가지 차이는 있다.
바퀴벌레는 자기 본성을 숨기지 않지만, 인간은 종종 ‘이념’이란 껍질 속에 숨는다.
역사의 바퀴벌레가 누구인지는, 조갑제 씨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성홍 민간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조갑제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보수우파는 아스팔트 투쟁을 해야하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 즉 민주당처럼 자금도 확보하고 거리에 나와 거친투쟁도 해야한다는식으로 말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수우파는 성인군자처럼 행동해야 된다는 뜻이 말하니 이제 갈때가 되었는가 보다
2015년말 亡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이를 감쌀 때 부터...
번뜩이며 환호받던 필력은 뒤에 숨은 바퀴벌래 덕이었나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살던 수십년을 하루 아침에 부정선거 한마디에 돌아 버렸릏까? 그것을 정확하게 심층 취재하여 원로기자 다운 논리로 독자를 설득시키는 기본은 떡사먹고 쟁쟁거리는 노욕만 침 튀기는 인간이 되었으니 너무 추해 보인다는 걸 알까?
조갑제...
참 인간이란게 이럴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르시즘의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