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연합뉴스
객원논설위원·육사 40기한 국가의 공직 시스템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시설이다. 도로와 건물, 무기와 예산보다 더 깊숙한 곳에서 국가를 떠받치는 구조물은 공정한 인사, 안정된 조직 문화, 신뢰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이다. 그러나 최근 공직사회의 휴대폰 검열과 군 조직에서 드러난 ‘줄세우기’와 ‘편가르기’ 현상은 국론 분열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정체성과 정신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번 장군 인사 과정에서 장성들에게 ‘계엄은 내란이었느냐’와 같은 정치적·법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을 한 것은 군의 본분을 벗어나 정권이 원하는 사고방식 내면화를 확인하는 ‘그들편 테스트’다. 이는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가 안보의 신뢰 기반을 흔드는 참으로 유치한 일탈이자 반복되는 병리현상이다. 그 결과, 이번 대규모 장군 인사는 ‘계엄 문책’의 성격을 띠면서 사실상 정치적 숙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 군의 정치화는 조직 일탈(逸脫)을 넘어 국가 파괴 행위
외부에서 장군 인사를 보면 인사 교체라는 행정적 절차로 보이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일종의 사상 검증이 되고, 현장은 이념의 줄세우기가 된다. 능력이 뛰어난 인재라도 ‘전정권 사람’으로 프레임을 씌워 배제하면 조직은 누적된 지혜와 힘을 소모하고, 국가 전체는 대체 불가능한 인적 자원을 잃는다. 이는 벼룩이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짓이다.
군은 정권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의 군대다. 안보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국방은 정쟁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이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 군은 나라의 방패가 아니라 정치의 방호벽이 된다. 군은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정무적 해석을 먼저 생각하고 순수한 작전적 판단을 뒤로 미룰 것이다.
적의 공격 징후를 보고도 5단계에 걸친 복잡한 교전 규칙과 선제공격 금지로 제2 연평 해전에서 참수리 357호의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2. 줄 세우기와 편가르기의 부작용은 국민의 몫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는 국가를 반쪽으로 만든다. 군 지도부와 공직사회가 국민 전체가 아닌 정파에 편입되는 순간, 정부는 더 이상 전체 국민을 위하지 않는다. 지지 세력과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챙기기 바쁘고, 기관의 행정은 정권의 의중을 읽는 감각적 기술이 발전한다. 능력보다는 진영 충성, 전문성보다는 진영성이 인사의 기준이 된다.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는 전문성을 붕괴시킨다. 공직 조직은 긴 시간 법과 규정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국방개혁, 행정개혁, 경제정책 모두 지속성과 연속성이 생명이다. 그러나 인사권이 정치화되면 정책의 수명은 정권의 수명으로 단축된다. 평가 기준이 능력이 아니라 진영 충성도가 되는 순간, 공직자들은 창의성과 주도성을 잃고 소극적 늑장행정, 방어적 책임 회피 행정, 공직자 편리위주 직무유기 행정이 발달한다.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는 정권 입맛에 맞추는 거꾸로 물구나무 행정을 초래한다.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과 ‘원전 중단 조치’와 ‘9·19군사분야합의’ 등은 대표적인 민생과 국익과 반대로 간 물구나무 행정이었다. 위축된 고위 공직자는 정치적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새로운 시도를 피하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규정만 붙들게 된다. 결국 그 피해는 제대로 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3. 줄세우기 거꾸로 물구나무 악순환을 끊는 방안?
편을 나누어 승패를 정하는 ‘하늘땅 놀이’는 정치의 줄 세우기를 닮았고, 상극을 말리는 중간자가 있어서 누구의 편도 의미 없게 만드는 ‘가위바위보 놀이’는 정치적 중립 원리와 원칙을 닮았다. 가위와 바위가 대립할 때 모든 손가락을 펴서 보이는 보가 개입하여 싸움을 탕평하듯 공무원과 군인의 직업적 안정성을 위해 정치적 중립을 부처 시행령으로 보호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공직자의 기본권을 확대하기 위한 입법적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모든 공직자의 표현과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여 공직자의 책임제 직무를 보강하고, 마음 놓고 저마다의 재능을 발휘하여 국익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검토해야 한다.
군지도부와 고위 공직자 인사를 정치 중심에서 인사 기준 중심으로 전환하여 공정성을 확보하고, AI기반 고위 공직자 진급과 보직 심의 제도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가 시스템은 특정 진영의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의 것이기에, 위정자는 단기 지지층과 외국인 보호보다 국민을 먼저 보호하고 배려하며, 유능한 인재를 지켜내는 정치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진영 충성도만 요구하여 국가 기반을 붕괴시키는 공직 줄세우기 악순환을 끊고, 대승적 차원에서 사심과 인위적 정치의 손이 개입할 수 없는 AI기반 고위 공직자 인사 제도를 검토하여 공직의 안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일시적 국가 행정을 집행하는 조직일뿐이다. 정부는 국가는 국민의 것이라는 대원칙과 이성을 되찾길 바란다.
박필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