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 현장. 연합뉴스
홍콩의 고층 아파트 화재로 28일 오후 8시 현재 128명이 사망하고 200명 넘게 실종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는 고밀도 도시 주거 형태가 안고 있는 재난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역시, 이 비극적인 교훈 앞에서 "우리 아파트는 과연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냉철하게 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규제의 틀은 강화되었으나, 노후화라는 측면에서는 상당부분 취약하다'는 평가다.
현행 우리의 건축법과 소방법은 선진국 수준의 안전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아파트는 각 세대별로 방화구획이 철저히 되어 있어, 화재가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확산되는 것을 일정 시간 지연시키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11층 이상의 고층 건축물은 엄격한 면적 기준에 따라 방화구획이 의무화되어 있다.
또한 4층 이상에는 경량칸막이나 대피공간, 하향식 피난구 등 세대 내 피난 시설의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으며, 10층 이상 아파트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초기 화재 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와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시스템의 부식이다. 특히 2004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 중 상당수는 전기 안전 설비에 대한 법적 규정 미비로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높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과거 지어진 일부 아파트의 외벽에 사용된 가연성 단열재다. 드라이비트나 일부 샌드위치 패널 같은 외장재는 화재 발생 시 순식간에 수직으로 불길을 확산시키는 치명적인 매개체가 되어, 홍콩의 대나무 비계와 유사하게 '외벽'이 '화재 확산의 수직 고속도로'가 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비상 대피로인 계단실에 자전거, 화분, 쓰레기 등 각종 적재물이 쌓여 대피를 방해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방화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거나, 심지어 편의를 위해 고정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 연기가 다른 층으로 유입되는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방화구획을 무력화시킨다.
대한민국 아파트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안전 격차 해소'와 '능동적인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하드웨어 안전 격차 해소 : 준공 후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전기 안전 설비 및 가연성 외장재 교체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스프링클러와 자동 화재 탐지 설비가 미비한 아파트에는 배선 공사 부담이 적은 무선 자동화재탐지시스템 설치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초기 대응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건축물의 '생애주기 위험도'를 고려한 정책 전환 검토가 필요하다.
▲능동적인 예방 및 대응 시스템 의무화: 고층 건물 특별 일제 점검을 2년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하여 시스템적 결함을 선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신축 및 리모델링 단지에는 전기 부하 등 위험을 통합 모니터링하고 자동 차단하는 화재 예방 시스템을 의무화해야 한다.
▲모바일 피난 인지 시스템' 도입: 입주민에게 개인별 맞춤형 피난 경로 및 시설 사용법을 상시 안내함으로써, 주민들의 안전 인지도를 기술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아울러 2004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에는 무선 감지기 설치와 함께, 작동 여부를 주기적으로 테스트하고 보고하는 의무 이수제를 도입해야 한다.
▲ 비상 대피로 관리에 무관용 원칙 적용: 아파트 관리 주체는 복도 및 계단실의 적재물에 대해 '비상 대피로 무관용 원칙'을 확립하고, AI 영상 분석 기술 등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시설 관리가 곧 인명 구조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콘크리트 성'처럼 견고해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노후화, 무관심과 우리 아파트는 '안전하다'고 믿는 안일함에 젖어 있다. 모든 아파트가 '단단한 성'인 동시에 '재난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시스템'이 되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안전제일주의 사회적 의지와 진정한 주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특단의 정부 대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