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명령이 살아 있을 때 국가를 지키고, 명령이 흔들릴 때 국가가 무너진다.
최근 대한민국 군대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군의 근본 원리인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약화시키는 법·제도적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국방부는 군인복무기본법을 개정해 ‘명백히 위법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는 12·3 계엄 후속조치로, 군 사법·인권 관련 입법이 지휘관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치적 논란이 군 내부 판단에 개입함으로써 군의 기본 원칙인 즉각 복종과 지휘체계의 일체성인 상명하복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상명하복은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불문율이자 공통의 신앙인데, 명령의 적법성을 하급자가 판단하도록 한다는 발상은 군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군대는 명령으로 움직이고, 명령은 선택이 아니라 즉각적 이행을 전제로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흔드는 순간, 군은 더 이상 군이 아니다.
전투 상황에서 명령의 정당성을 따지는 순간, 대응 속도는 늦어지고 총구의 방향도 바뀔 수 있다.
전쟁은 법률 토론회가 아니다. 생사가 걸린 순간에 하급자가 “이 명령이 적법한가? 위법인가?”를 고민한다면, 그 부대는 이미 전투력을 상실한 것이다.
군대는 명령이 살아 있을 때 국가를 지키고, 명령이 흔들릴 때 국가가 무너진다.
상명하복을 개인의 의견 무시와 권력 쏠림, 맹목적인 복종을 야기하는 구시대적 병폐라고 비판하는 자도 있지만, 군의 명령은 비자발적인 구성원을 지휘하여 자유민주주의와 국가 기능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다.
상급자는 명령을 내릴 때마다 법적 책임을 우려해야 하고, 하급자는 명령을 거부할 명분을 찾는 구조가 된다면, 이는 군의 엄중한 질서와 전문성을 파괴하고, 전투 준비태세를 약화시킨다. 이런 분위기를 차단하지 못하면 군은 무장한 동호회로 전락한다.
상명하복이 군대의 성패(成敗)를 좌우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해 왔다.
1917년 러시아 혁명기에는 ‘명령 제1호’가 발표되면서 장교의 명령이 병사평의회의 토론 대상이 되었고, 이로 인해 명령의 권위가 급속히 약화됐다.
명령의 신속성과 일관성이 사라지자 탈영과 명령 거부가 폭증했고, 결국 러시아군은 조직적 전투력을 유지하지 못한 채 사실상 붕괴했다.
이후 남베트남군은 정치적 충성 인사가 지휘체계를 흔들어 놓으면서 전문성이 아닌 정치적 기준으로 지휘관이 임명되자 지휘 일관성이 무너졌고, 전투 상황에서 지휘관의 도주와 명령 불이행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남베트남 패망 이유 중의 하나가 됐다.
이 두 사례는 상명하복의 지휘체계가 흔들면 군대가 빠르게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상명하복이 유지된 군대는 위기 속에서도 조직력을 발휘했다.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웰링턴은 영국·프로이센·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의 연합군을 단일 지휘체계 아래 통합해 복잡한 전장에서 나폴레옹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는 수십만 명의 병력과 수천 척의 함정·항공기가 동시에 움직이는 초대형 작전이 수행되었는데, 이는 연합군 최고사령부의 엄격한 상명하복의 통합 지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의 낙동강 방어선에서는 워커 장군의 ‘후퇴 금지’ 명령이 혼란을 차단하고 전선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이는 이후 반격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지휘와 신속한 명령체계로 아랍 연합군을 압도하며 상명하복의 효과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대와 전쟁에서 나타난 사례들은 상명하복이 무너진 군대는 예외 없이 붕괴했고, 상명하복이 유지된 군대는 위기에서도 조직적 협동과 전투력을 발휘했다.
결국 명확한 지휘, 빠른 명령, 그리고 조직적 단결이 강한 군대의 본질임을 역사는 반복적으로 증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에서 군의 상명하복을 약화시키는 시도가 정치적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다면, 이는 국가안보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위험한 실험일 뿐이다.
군의 지휘체계를 흔드는 순간 가장 크게 이익을 얻는 세력이 누구인지 모를 리 없다. 국가의 존속이 아니라 정권의 인기 유지를 위해 군을 전쟁을 할 수 없는 동호회로 만드는 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군은 국가의 마지막 보루다. 이 보루가 흔들리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지켜질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군의 상명하복을 확고히 유지하고, 군이 본연의 임무인 국토 방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군을 정치의 실험대에 올리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군은 실험실의 청개구리가 아니다.
상명하복을 흔드는 순간, 군과 국가는 무너진다. 군의 기능이 무너지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군과 안보라인과 위정자는 단순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