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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의 카르텔 대해부] ④정치와 자본의 약탈적 공조, 정경유착 카르텔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4-15 20: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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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가장 견고하고도 치명적인 결탁으로 꼽히는 ‘정경유착 카르텔’은 갈등을 조장하고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주범이다. 

 

정치권력은 인허가권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고, 자본권력은 무한한 금력의 방패로 그들만의 성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약탈적 공조는 단순한 부패를 넘어 시장의 공정성을 파괴하고 서민의 기본권을 박탈한다. 

 

본고에서는 이 거대한 블랙홀이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1. 발전과 혁신을 질식시키는 기득권의 담합(談合)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며 발전하지만, 권력과 결탁한 자본은 땀 흘려 가치를 만드는 대신 인위적인 진입 장벽을 쌓는 손쉬운 길을 택한다. 

 

일부 정치인이 특정 기업에 유리한 법안이나 규제로 경쟁자를 제압하면, 기업은 대가로 정치자금을 상납하거나 퇴직 후 자리를 보장하는 식의 거래가 성립된다.

 

문재인 정권 시절의 태양광 보조금 부정 수급, 2021년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2023년 ‘철근 누락’ 사태 관련 LH 전관 유착, 2023년 6월 정부의 ‘킬러 문항’ 제거 방침 관련 교육 당국과 대형 학원의 ‘이권 카르텔’은 공적 자원을 사유화한 대표적 사례다. 

 

정치와 경제의 야합 과정에서 시장의 자정 작용은 마비된다. 실력을 갖춘 신생 기업이 진입하려 해도 견고한 규제망과 담합의 벽에 막혀 좌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경유착은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파이를 독점하기 위해 후발 주자의 접근을 막는 행위다. 혁신이 멈춘 자리에 생기는 비효율의 피해는 고스란히 99%의 시민에게 전가된다.

 

2. 정교해진 약탈: 법과 정책의 외피를 두른 카르텔

 

과거의 유착이 밀실에서 오가는 현금 상자였다면, 현대의 카르텔은 훨씬 세련되고 합법적인 외피를 두른 ‘정책 카르텔’로 진화했다. 이들은 특정 산업에만 유리한 보조금 설계나 경쟁사를 고사시키는 규제 신설, 대규모 국책 사업의 입찰 담합을 통해 합법적으로 이익을 편취한다.

 

△글로벌 사례: 푸틴 집권 초기, 러시아의 ‘올리가르히’는 정치적 결탁으로 국가 핵심 자산을 독점하며 국가를 자원 채굴에만 매몰된 기형적 구조로 전락시켰다. 미국의 ‘군복합체’ 역시 거대 방산 기업이 막대한 로비로 불필요한 국방 예산을 증액시키는 세련된 유착의 전형을 보여준다.

 

△국내 사례: 대장동과 엘시티 비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토지 용도 변경권이 어떻게 민간의 천문학적 수익 도구로 전락했는지 증명한다. 특히 전관예우를 통해 부실 감리를 눈감아주는 ‘건설 카르텔’은 시민의 생명마저 이윤과 맞바꾸는 잔혹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들은 자신들의 특혜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화려한 수사로 포장하며 대중의 눈을 가린다.

 

3. 낙수효과라는 허구와 고착화된 양극화

 

카르텔들이 행위를 정당화할 때 즐겨 사용하는 논리가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다. 상층부에 혜택을 주면 그 온기가 아래로 흐를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눈먼 자본은 성채 안에서만 고이고 정체되었다. 이들은 ‘공익’과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 자본의 흐름은 낙수되지 않고 끼리끼리 네트워크(전관·학연·지연)를 따라 고착화되었다.

 

정치권이 자본의 요구에 부응해 노동 유연화와 감세를 밀어붙이는 동안, 서민 복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축소되었다.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생활 물가를 올릴 때 서민의 실질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결국 정경유착은 부의 재분배 기능을 마비시키고 양극화를 고착화하여 사회의 역동성을 앗아가는 근원적 주범이다.

 

정부가 직접 서민에게 공적 자금을 통한 낙수효과, 특히 2020년 총선 직전의 코로나19 대응과 지금의 이란 전쟁 지원 공적 자금은 ‘사전 선거 운동’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고 빈부 격차를 벌렸다. 지역 화폐 및 국내 상품권 지원은 유착된 대행사와 부정 수급업자의 수익원이 되는 등 결국 공적 자금은 서민에게 보택이 되지 않고 기득권 내부에서 순환하며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4. 정경유착 카르텔을 허무는 감시의 힘

 

정경유착 카르텔은 법과 시장 위에 군림하며 영원한 제국을 꿈꾼다. 그러나 그 권력은 시민의 위임에서 나왔고, 그 자본 역시 기업 임직원의 헌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견고한 금권의 성벽을 허무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의 철저한 감시와 제도적 청산이다.

 

정경유착 카르텔을 소멸하려면 정당 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배임 및 횡령에 대한 엄격한 처벌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공직자의 유관 기업 취업을 차단하는 전관예우 금지와 인허가 과정의 공공 데이터 공개는 카르텔의 설계도를 무력화할 실질적 방안이다. 

 

돈이 권력을 사고 권력이 다시 돈으로 환원되는 기괴한 범죄 연쇄를 끊지 못한다면 공동체의 미래는 없다. 소수의 반칙이 아닌 모두의 노력이 보상받는 공정한 운동장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스스로 바뀌지 않는 시스템은 시민의 힘으로 바꾸어야만 한다. 낡은 정경유착을 청산하는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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