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영 한미칼럼] 가벼운 입이 동맹을 무너뜨린다
  • 김영 기자
  • 등록 2026-04-20 19:28:50
기사수정
  • 정동영, 확인 안 된 정보에 IAEA 권위 덧씌워
  • 이재명, 논란 커지자 해명 아닌 변명으로 물러서
  • 말의 경계가 무너지면 안보의 경계도 흔들린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집무실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정책설명을 정보유출로 몰아 대단히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처럼 키우고, 문제가 되면 변명으로 덮는 정부의 언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핵시설 관련 발언이 6주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외교·안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정 장관은 지난 3월6일 국회에서 영변·구성·강선을 거론했지만, 당시에는 장관 발언 자체로 지나갔다. 그러나 4월17일 로이터 보도를 계기로 미국의 불쾌감과 정보공유 제한설이 제기됐고, 4월19일에는 미국이 위성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국내 보도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뒤늦게 커지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발언으로 인한 외교 리스크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장관의 ‘구성’ 발언이 한미 안보 공조 논란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문제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정 장관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총장 보고를 근거처럼 제시했지만, 실제 IAEA 3월 2일 발언문에는 영변과 강선만 있을 뿐 구성은 없다. 

 

결국 이번 파문의 본질은 ‘구성’이라는 지명 하나보다, 공개 추정선과 국제기구의 공식 확인선을 뒤섞어 말한 데 있다.

 

정 장관 발언의 문제는 북한 핵시설 의혹을 추가로 언급했다는 데만 있지 않다. 더 본질적인 대목은 그 발언의 근거 처리 방식에 있다. 

 

정 장관은 국회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3월2일 이사회 보고를 거론하며 영변·구성·강선을 함께 말했다. 그러나 실제 IAEA 공개 발언문에는 “강선과 영변의 농축시설”만 적시돼 있을 뿐, 구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로이터도 같은 점을 짚었다.

 

이 차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영변은 국제사회가 오래 추적해 온 북한 핵 프로그램의 본산이고, 강선은 IAEA가 직접 언급한 유력한 우라늄 농축 거점이다. 반면 구성은 적어도 정 장관이 근거처럼 제시한 최신 IAEA 문건에는 없다. 

 

장관이 실제로 공개 자료를 설명하려 했다면 “일부 연구기관에서 제기된 의혹”이라는 수준에서 멈췄어야 했다.

 

사후 해명은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웠다. 

 

통일부는 미국 측에 정 장관 발언이 ‘국제 연구보고서 등 공개 정보’에 기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해명은 발언 당시 앞세운 IAEA의 권위와 맞물리지 않는다. 발언 때는 국제기구의 확인처럼 들리게 만들고, 문제가 되자 뒤늦게 공개 정보 일반론으로 물러선 셈이기 때문이다. 

 

실수는 발언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수준은 해명에서 드러난다. 

 

정 장관의 치명상은 ‘구성을 말했다’는 사실 하나보다, 그 말을 떠받친 근거를 IAEA 보고처럼 제시했는데 실제 원문과 맞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런 언어 습관은 외교와 안보에서 곧바로 비용으로 돌아온다. 

 

국방부는 4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간 정보공유 관련 사안은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긴밀한 정보공유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미국의 정보 제한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일부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위성·정찰기·감청 등으로 확보한 대북 정보의 공유를 일주일가량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외교적 불쾌감 표출이 아니라 한미 안보 공조의 균열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발언이다. 

 

구조가 닮아 있다. 이 대통령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영상을 공유한 뒤, 그 위에 홀로코스트라는 가장 무거운 역사적 비유를 먼저 얹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며 수습에 나섰다. 

 

정 장관이 IAEA를 끌어와 자기 말의 급을 올렸다면, 이 대통령은 홀로코스트를 끌어와 메시지의 강도를 높였다. 

 

하나는 공개 추정을 공식 확인처럼 포장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검증 전 영상에 인류사 최악의 비극을 덧씌운 문제다. 사안은 달라도 방식은 같다.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변 외의 또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 문제를 사실상 거론하면서도 구체 명칭은 아꼈다. 

 

협상은 아는 것을 다 말하는 게임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디까지 말하지 않을 것인가를 조절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런 민감한 영역에서 장관이 공개 추정선을 정부 확인선처럼 끌어올려 말했다면, 그것이 고의든 무지든 동맹국 눈에는 가벼운 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반복되는 문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처럼 유통하고, 문제가 되면 해명이 아니라 변명으로 책임을 흐리는 언어 습관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발언과 이재명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비유 논란은 그 구조가 다르지 않다. 사실 확인보다 메시지의 무게를 먼저 키우고, 논란이 커지면 취지와 맥락을 앞세워 수습하려 한다. 

 

그렇게 정부의 말은 가벼워지고, 동맹의 신뢰는 닳아간다.

 

국가안보에서 위험한 것은 정보 누설만이 아니다.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 공개 추정과 공식 확인, 설명과 선동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정부의 언어도 그만큼 위험하다. 

 

큰 거짓말이 아니라 작은 부정확함의 반복이 더 큰 불신을 만든다. 

말의 무게를 잃은 정부는 신뢰를 잃고, 신뢰를 잃은 정부는 동맹도, 외교도, 안보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kingyc712026-04-20 21:00:50

    주디가 가볍게 생겼네 북으로 가라~

정기구독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