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필규 칼럼니스트
육사 40기·객원논설위원
대한민국의 안보는 현 정부의 자충수와 외부의 도전이 맞물려 불안하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안개 정세다. 북한의 위협은 핵무력의 헌법 명문화와 '두 개 국가'론 선언으로 더욱 고도화되었으며,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 파병되면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 탄도미사일 기술 등 핵심 군사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재명 정부의 대응은 안이함에 기이함이 섞여 혼란스럽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확성기 철거 조치로 먼저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고,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북한은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의미 없이 버린 셈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야외 기동 훈련(FTX) 절반가량이 폭염을 이유로 9월로 연기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적 제스처로 보이지만, 한미 동맹의 핵심 역량인 연합 작전 능력을 약화시키고, 유사시 실전 대비 태세를 저해하는 안보 파괴 행위로 보인다.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와 미중 경쟁, 그리고 테러·사이버 공격 같은 비전통적 위협이 복합된 안보 환경 상황에서 미국은 한반도 방위를 한국이 주도하고 미군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새로운 동맹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전략 설계자'로 불리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미국이 중국과 북한에 동시에 대응할 군사적 역량이 부족하기에 “한국이 대북 방어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국방비 지출을 확대해야 하며,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억제에서 중국 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한미 동맹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단순한 방위비 증액 문제가 아니라 동맹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적 재조정의 신호이자 기회로 읽어야 한다.
8월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연합방위태세 확립을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 현 정부가 친중적 입장을 과감하게 떨쳐버렸다는 것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보여주어야 한다. 한미동맹 현대화를 통해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주도적 동맹국으로 전환하고, 어떤 형태의 안보청구서든 '자강'의 기회로 삼아 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원하는 안보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아래 3개 영역을 참고로 하고 국익을 위해 관련 부처의 사활을 건 회담 준비를 촉구한다.
1. 한미 동맹의 전략적 재조정과 역할 분담 공론화
미국의 '새로운 동맹 모델' 요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한국이 주도적으로 동맹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은 우리가 먼저 대응한다는 인식을 명확히 하고 주도적 대응을 약속하되,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는 신뢰할 수 있도록 협의체 강화와 자체 핵무장 카드를 공론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반도 안보 불확실성을 줄이고 한미 동맹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며, 동맹 관계를 호혜적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2. 비전통적 안보 위협 대응 시스템 구축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억제력을 강화하고, 국방 R&D 예산을 증액하여 AI 기반 무기 체계, 무인기(드론), 초정밀 미사일 기술 등 미래 전력에 집중하여 비대칭 전력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획기적 방위와 방산(防産)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 억제력 구축이자, 방산기술을 통한 서방과의 군사적 연대이며, 비전통적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력 증진활동이다.
3. 안보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생존 과제, 국민적 합의 필요
지금 우리가 마주한 안보 환경과 그에 맞는 안보정책은 단순히 국방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와 행복과 직결되는 생존 과제다. 북한의 고도화된 위협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은 국가의 생존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평화와 번영의 터전을 물려주기 위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특정 이념이나 정략적 안보 계산과 아집적 진영의 논리를 넘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튼튼한 안보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자체 평화를 유지하고 인류 평화에 기여할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과 국민의 90%는 정서적으로 중국을 싫어한다는 것을 위정자와 안보라인은 성찰하고 통찰해야 한다.
정치는 소수의 계산적 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생존에 기여할 때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미국의 안보 청구서를 미리 간파하여 줄 것은 주고,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는 한미 정상회담이 되려면 '안보 불감증'에 빠져 퇴보한 필리핀의 안보 역사를 반추(反芻)해야 한다.
필리핀의 쇠락은 '반미 좌파정권'이 미군 철수를 단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경제 붕괴와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강탈이라는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 이 사례는 단순한 이념 문제가 아닌, 국제 관계의 냉혹한 '힘의 논리'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필리핀의 몰락을 통해 우리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감정에 치우친 판단이 아닌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지키는 한미 정상회담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