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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칼럼] 그때 그 ‘유모차 부대’ 아기들, 보수 세력 새 주체로
  • 이신우 전 문화일보 논설고문
  • 등록 2025-12-25 14: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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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스러운 모성 이용했던 좌파의 위선, 한계 도달
  • 10·20대를 우성향으로 만든 건 전교조의 무책임

“아무런 의사 결정권이 없는 어린아이를 불법 폭력시위 현장에 애써 몰아넣는 행위는 명백히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짓” [사진=파이낸스투데이]  1986년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국사학과(일본사학과)에서 연수 중일 때였다. 그해 마침 일본에서 총선거가 치러졌다. 

 

필자는 기자로서의 호기심에 세미나 출석 중인 대학원생들을 붙들고 어느 당을 지지할 것인지를 물어보았다. 20명 가까운 학생들 가운데 열댓 명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는데 놀랍게도 하나같이 보수 자민당을 지지하는 것 아닌가. 

 

사회당에 표를 던지겠다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1980년대 한국의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라면 ‘쪽팔려서라도’ 못할 소리지만 그들은 너무나 진지한 태도로 답변해 주었다.

 

좌파 흐름에서 우파로 돌아선 일본 주류

 

이들은 대략 1960년대 초반 출생으로, 1970∼1980년대 중반까지 청소년 시기를 거쳐왔다. 이때는 일본 사회 역시 얼마 전의 한국처럼 좌파 흐름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니, 필자의 지도교수가 들려준 그 당시 상황은 한국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다.

 

지도교수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도쿄대학 국사학과 재학 중 공산당에 가입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사회주의 본질에 환멸을 느끼고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탈당했다. 이후 보수우파의 길로 돌아섰다고 한다. 고민은 그때부터였다. 

 

1950·60년대는 일본 사회, 특히 지식인 사회에서 보수우파가 완전히 왕따를 당하던 시절이었다. 칼럼이나 논문 하나라도 발표하려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대부분의 신문·시사잡지 등 여론매체를 좌파가 장악한 채 우파 논객들에게는 좀처럼 발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 같은 사회 분위기는 점차 완화되어 갔지만 그래도 1970년대까지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 출판업계를 상징하는 이와나미 서점(岩波書店)이었다. 이와나미 서점은 한국 반정부 세력의 대화 통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경영 악화로 파산 위기까지 겪는다.

 

이 기간 중에도 중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일본판 전교조인 닛쿄소(日敎組) 교사들이 학생들의 의식 세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매스컴 또한 알게 모르게 젊은 세대로 하여금 진보·좌파 분위기에 젖어 들도록 유도했다. 

 

그런데도 1980년대에 20대로 접어든 이들 세대가 대거 보수 자민당 지지로 돌아서 버린 것이다.

 

성스러운 모성 이용하는 좌파의 위선과 역겨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맞아 길거리를 장식했던 유모차 시위대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한마디로 위선에 대한 역겨움을 느껴야 했던 장면이다.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 제8항엔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아무런 의사 결정권이 없는 어린아이를 불법 폭력시위 현장에 애써 몰아넣는 행위는 명백히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짓이다. 선진국이라면 심한 경우 부모의 친권 인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의 행위였다. 

 

여기서 위선이나 역겨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운이 좋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젖먹이 어린아이나 그들을 보호하는 성스러운 어머니들이 공권력의 물리력이나 물대포에 맞서는 장면을 유발해 냄으로써 선전·선동에 써먹을 수 있다는 간교한 의도가 읽혔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좌파의 역겨운 위선이다.

 

당시 유모차에 실려 시위 현장에 끌려 나온 어린아이들은 대부분 2∼3세 정도였다. 이 어린아이들이 17년이 지난 올해, 즉 2025년에 20살 전후의 대학생들이다.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들일까. 놀랍지 않은가. 그들이 지금 보수 우파의 새로운 각성, 즉 ‘자유대학’을 이끌어가고 있다. 

 

10·20대를 우성향으로 만든 전교조의 무책임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이은 탄핵 정국 이후, 기성 정치권이 이념적 이익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탄핵 반대 시위, 친미반중(親美反中) 집회 등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실천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청년 세대가 보수 진영의 새 주체로 부상하며, 한국 사회의 이념적 역동성을 복원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대학뿐 아니다. 청년 세대의 이런 의식 흐름은 10대로까지 광범위하게 번져가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전교조나 좌파 정치인들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지 오래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길거리를 장식했던 유모차 시위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요즘 10·20대를 우성향으로 만들어 놓눈 데는 사실상 전교조 교사들의 무책임도 한몫을 했다. 그들의 좌파식 교육이 40대까지는 통했겠지만 이후 SNS로 무장한 세대에는 너무나 낡고 수구적이어서 오히려 비웃음거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중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초등학생들끼리 나누는 패드립이 “니네 OO 전교조” “니네 XX 대깨문” 아니면 “ㅉ재명” 이라는 욕설은 전교조 교사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초등학생들의 재미있는 놀이터 로블록스에서도 ‘재명이네 마을’ 대신 ‘YOON 어게인’ 게임이 넘쳐난다. 

 

이들이 다 누구인가. 유모차 부대의 후예들이다. 맙소사, 이를 어쩔 것인가. 자식들을 잘못 키운 탓인가, 아니면 유모차에 탄 채 바라본 비뚤어진 사회상을 우리부터라도 제대로 고쳐 나가자는 어린 세대의 다짐 탓인가. 

 

석가모니는 삼라만상이 무상(無常)이라고 했다. 그렇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며 저항했던 586들은 지금 부정선거에 맛을 들이질 않나, 사법부를 파괴하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등 독재체제 구축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반면 어린이 건강에 해로운 중국산 멜라민 분유에는 침묵한 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강요하지 말라고 외쳤던 유모차 부대 2세들은 지금 부정선거 척결과 친미반중을 외치며 길거리를 당당히 행진하고 있다. 

 

전 문화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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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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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2-25 19:50:23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현상을 통찰한 글이라고 봅니다. 역시 애국 한미일보의 최고급 필진 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끄러운 부모세대가 각성해야 이 나라가 회복될 것입니다. 이제 다시, 윤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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