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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시대] ⑨교육, 판단 능력을 길러야 할 제도의 붕괴
  • 김영 기자
  • 등록 2026-01-20 12: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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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은 투자였지만 위험 관리가 됐다
  • 기준은 바뀌었고 실패는 개인에게 전가됐다
  • 교육 불신은 세대를 건너 학습된다
학습된 불신은 개인의 태도를 넘어 언론·정치·경제·교육·노동 전반으로 확산된다. 본 시리즈는 불신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각 제도가 기능을 상실하며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로 분석한다. 비난이 아니라 설명을 통해, 불신이 각 영역에 어떻게 고착되는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목차>


Ⅱ부. 불신은 어떻게 확산되고 고착되는가 (6~10편)

 

⑥ 언론, 불신을 설명하지 못한 중재자

⑦ 정치, 선택 없는 말의 정치

⑧ 경제, 숫자는 많아졌는데 신뢰는 사라졌다

⑨ 교육, 판단 능력을 길러야 할 제도의 붕괴 

⑩ 노동, 보호가 아니라 위험이 된 제도


교육은 오랫동안 신뢰의 제도로 작동해 왔다. 


일정한 기준을 따르면 이동의 가능성이 열리고, 노력은 예측 가능한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약속이 있었다. 이 약속이 유지되는 한, 교육은 개인에게 위험이 아니라 투자였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에서 교육은 점점 다른 의미로 인식된다.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 어떤 기준이 유지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은 미래를 여는 통로가 아니라, 실패 가능성을 관리해야 하는 영역으로 전환됐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제도의 잦은 수정이 있다. 입시 제도, 평가 방식, 선발 기준은 반복해서 조정됐다. 변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변화가 어떤 철학과 기준에 따라 이뤄졌는지가 일관되게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준이 바뀔 때마다 실패의 비용은 개인이 떠안았다.

 

교육 제도는 실패를 흡수하지 못했다. 

 

제도가 바뀌면 이전 기준에 맞춰 준비했던 선택은 개인의 판단 오류로 처리됐다. 

 

“시대가 변했다”는 말만 남았고, 왜 그 변화가 필요했는지, 어떤 선택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졌는지는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이 구조에서 교육 불신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부모 세대는 자신의 경험을 자녀에게 전달하지만, 그 경험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을 때, 교육 선택은 확신이 아니라 불안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교육 불신의 또 다른 특징은 세대 간 전이다. 한 세대가 겪은 실패는 개인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실패의 기억은 다음 세대의 선택에 그대로 스며든다.

 “이 길은 위험하다”는 경고는 경험담의 형태로 축적되고, 교육은 점점 도전의 영역이 아니라 회피해야 할 리스크 목록으로 인식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본래 목적도 흔들린다. 

 

판단 능력을 기르고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야 할 교육이, 오히려 판단을 대신해 주는 스펙 경쟁으로 수렴한다. 무엇을 배우느냐보다 무엇이 남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제도가 신뢰를 제공하지 못할수록 개인은 더 많은 안전장치를 요구한다. 

 

사교육은 확대되고 경로는 단순화된다. 실패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선택의 다양성은 가능성이 아니라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교육 불신은 성취의 문제가 아니다. 

 

성취는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 성취가 어떤 기준 위에서 가능했는지, 그 기준이 앞으로도 유지될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예측할 수 없는 사다리는 오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피해야 할 구조가 된다.

 

이때 교육은 더 이상 사회적 신뢰 인프라가 아니다. 

 

개인의 계산과 가족 단위의 방어 전략에 종속된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기대는 해체된다. 교육이 판단 능력을 길러주는 장치가 아니라, 불안을 관리하는 장치로 전락할 때 사회의 불신은 더 깊어진다.

 

교육 불신은 성과의 부족이 아니라 기준의 불안정에서 비롯된다. 

 

실패를 흡수하지 못한 제도는 결국 판단 능력을 길러주지 못한다.

 

다음 편(⑩노동, 보호가 아니라 위험이 된 제도)에서는 교육을 넘어, 노동 제도가 어떻게 보호 장치가 아니라 위험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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