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와혁신 당대표가 2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 총회 메인 무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황교안TV 캡처]
황교안 자유와혁신 당대표가 3월 25~28일 미국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CPAC USA 2026(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 무대에 섰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 결의, 한국 선거 시스템 조사,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한미 공조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장면을 단순한 해외 정치행사 발언으로 축소해선 안 된다. 한국의 선거 불신과 자유민주 질서 위기를 미국 보수 진영의 공개 무대에 올려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같은 행사에서 나온 결의문 역시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허위정보, 경제적 강압, 사법권 남용, 정치화된 법 절차를 통한 지도자 제거를 문제 삼았다.
황 대표가 던진 질문과 CPAC가 드러낸 문제의식은 한국의 부정선거와 법치 훼손을 같은 위협으로 보고 있다. 문구는 다르지만 결은 같다. 그의 요구가 문장 하나하나 그대로 공식 결의가 됐는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부정선거 의혹과 중국 개입 문제, 법치 훼손 문제가 미국 보수 진영의 문제의식 속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한미동맹의 안보 문법 변화다.
2024년 11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공동성명은 사이버 공격이 일정한 상황에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상의 무력공격이 될 수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조약 문구를 뜯어고친 것은 아니지만, 동맹이 더 이상 위협을 총과 포, 미사일에만 한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사이버 침투, 정보전, 체제 교란도 이제 한미동맹의 안보 언어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중국 개입 의혹이 제기된 선거 문제를 한미가 함께 들여다보자는 요구는 비약이 아니다. 이미 열린 제도적 통로를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이 요구를 더 무겁게 만드는 것은 12·3 비상계엄의 기억이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이유와 관련해 선관위 검증과 부정선거 의혹을 핵심 논리로 제시해 왔다. 윤 대통령 변호인 측은 선관위 중국 간첩단 사건, 미국 조사 결과 발표 가능성, 국가 비상사태 판단 등을 연결해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이 단순한 질서 유지 사건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선거 불신과 선관위 검증, 정보전 우려가 한꺼번에 폭발한 사건이란 것이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것은 중국 개입 의혹이었다. 중국 간첩단 미국 압송 의혹, 전산 조작 개입 의혹, 민간 감시단이 제시해 온 실물 증거와 정황 주장들까지 문제 제기의 방향은 이미 분명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국가 차원의 최종 검증을 끝낸 확정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로 그래서 공동조사가 필요하다.
사실이면 동맹 차원의 안보 사건이다. 사실이 아니면 공식 검증으로 끝내면 된다. 검증을 피한 채 낙인부터 찍는 태도야말로 불신을 키우는 가장 손쉬운 회피일 뿐이다.
여론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부정선거 검증 TF를 만들어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고, 보수층에서는 80% 안팎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부정선거 끝장토론은 수백만 회 단위의 조회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이 문제를 더 이상 일부 유튜브 채널의 소음이나 변방의 집착으로 몰아붙일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믿으라는 명령이 아니다. 조사하고 검증하라는 요구다.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곧바로 한미상호방위조약 발동 사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약 발동의 문턱은 높다. 그러나 그 점이 한미 공조의 필요성까지 지우지는 못한다. 오히려 반대다.
한미는 이미 사이버 공격과 정보전이 동맹 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이 선거 시스템 침투, 정보조작, 서버 접근, 통신 경로, 인적 네트워크 문제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국내 정치의 말싸움으로만 처리할 수 없다.
최소한 한미가 함께 검증할 수 있는 안보 사안이 된다. 주권 포기가 아니라 주권 수호를 위한 공조다.
황 대표의 CPAC 행보가 의미를 갖는 것도 바로 여기다.
미국 청년들은 현장에서 “Free Yoon(윤석열을 석방하라)”을 외쳤고, 마이크 린델은 한국 부정선거 규명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것이 곧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정책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인식의 환경이다.
한국의 선거 불신과 중국 개입 의혹이 미국 보수 진영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앞으로 미국 정치권이 한국 상황을 바라보는 해석 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주의는 믿으라고 강요한다고 유지되지 않는다. 확인할 수 있어야 유지된다.
선거는 제도의 핵심이고, 제도 신뢰는 국가의 뼈대다. 그 뼈대가 흔들리는데도 “문제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책임이 아니다.
더구나 한미는 이미 사이버와 정보전을 동맹 안보의 범주로 옮겨 놓았다. 따라서 중국 개입 의혹이 제기된 부정선거에 대한 한미 공동조사 요구는 과장이 아니다. 시대 변화에 맞는 검증 요구다.
황교안이 띄운 의제의 성패는 앞으로 따져볼 일이다. 그러나 그 의제에 한미 공조의 근거가 있다는 사실만은 이제 부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