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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트럼프, 대북 특사 카드 ‘만지작’…코리아 패싱 우려 ‘증폭’
  • 김영 기자
  • 등록 2026-08-31 23: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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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선택 기억할 것”…3월 첫 불만 이후 폭스뉴스서 경고 최고조
  • 美 정보전문가 “대북 특사 또는 진행 중인 대북 접촉 일부 공개 가능성”
  • 김정은 ‘응답’·가을 회담 추진설까지…한국 배제한 북미 직거래 현실화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전 지원 거부를 거듭 비판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회담을 공언했다. 미국 측에서는 대북 특사 파견이나 북미 접촉 내용 공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전 비협조를 다시 거론하며 “우리는 그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처음 불만을 드러낸 이후 반복해 온 한국 비판 가운데 가장 강한 표현이다.

한미일보가 접촉한 미국 측 정보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특사를 파견하거나, 진행 중인 대북 접촉 내용 가운데 일부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요청에 응답했다고 밝혔고 연내 정상회담도 공언했다. 이르면 올가을 김정은과의 회담을 성사시키도록 참모들에게 독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대북 특사 파견이나 북미 접촉이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기억할 것” 다음 행동 가운데 하나가 한국을 배제한 북미 직접 거래로 나타날 수 있다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섯 번째 한국 불만…이번에는 “기억할 것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밤 방영된 폭스뉴스 ‘선데이 나이트 인 아메리카’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한국 같은 나라를 돕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을 돕지만, 그들이 우리를 도와야 할 상황에서 참여하겠느냐고 물으니 모두 ‘아뇨, 괜찮습니다’라고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을 직접 거론해서는 “그곳에 미군 4만 명이 있다”며 “이란 문제를 조금 도와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관여하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주한미군 4만 명은 실제 약 2만8500명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기억할 것”이라는 표현이다. 한국의 선택을 향후 한미 통상·안보 관계의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경고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보가 같은 취지로 나온 별도의 공개 발언을 집계한 결과 트럼프가 한국의 이란전 비협조를 거론한 것은 이번까지 여섯 번째다. 3월 17일 처음 불만을 표출한 뒤 4월 6일과 8월 16·17·19일에 이어 30일까지 같은 문제를 되풀이했다.

초기의 불만은 8월 들어 실제 조치와 맞물렸다. 트럼프는 16일 한국이 이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원 요청을 거부한 사실을 거론하는 동시에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는 훈련 비용과 북한에 보내는 적대적 신호도 축소 이유로 제시했다.

이튿날에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했으나 “No, thanks”라는 답을 들었다며 정상 간 통화 내용까지 공개했다. 19일에는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불만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연결된 데 이어 향후 추가 행동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김정은 “응답했다”…가을 정상회담 준비설

트럼프가 한국을 압박하는 동안 김정은을 향해서는 대화 신호를 잇달아 보냈다.

그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고, 자신의 대화 요청에 김정은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했으며 올해 안에 김정은을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로이터는 8월 17일 트럼프가 김정은의 ‘응답’ 사실을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전달 방식과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도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어 한미 당국 간 논의를 보고받은 인사를 인용해 트럼프가 북미 대화를 재개하고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성과를 얻기를 강하게 원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이르면 올가을 김정은과의 대면 회담을 성사시키도록 독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을 열려면 의제와 장소, 비핵화 표현, 제재 완화 범위를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친서 교환이나 제3국 비공개 회동, 정보기관 채널, 대북 특사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선행돼야 한다.

다만 북한이 북미 대화 재개에 호응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북한 외무성은 31일 미국의 적대정책에 변화가 없다며 핵무력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말한 김정은의 ‘응답’이 어떤 내용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대북 특사가 파견되더라도 실제 협상 성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북측의 부정적 반응이 오히려 트럼프에게 교착을 깨기 위한 개인 특사나 비공개 채널을 가동할 명분을 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북 특사인가, 진행 중인 접촉 공개인가

미국 측 정보전문가의 발언은 두 가지 가능성을 가리킨다. 대북 특사를 보내 새로운 협상 채널을 열거나, 이미 가동 중인 비공개 접촉을 공식 협상으로 전환하면서 그 내용 일부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이나 북한 당국이 대북 특사 파견 또는 북미 접촉을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발언도 확정된 계획이 아니라 정보 흐름과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토대로 한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가 김정은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고 직접 밝힌 만큼 어떤 형태로든 메시지 전달 채널이 작동했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정상회담을 연내 개최하려면 조만간 공식 또는 실무급 조율이 뒤따라야 한다.

트럼프가 대북 특사를 파견하거나 접촉 사실을 한국과 사전 조율하지 않고 공개한다면 한국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면서도 북미 협상 내용을 뒤늦게 통보받는 처지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한국의 이란전 지원 거부와 김정은과의 관계를 같은 맥락에서 거론해 왔다는 점을 가볍게 볼 수 없다.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지만 한국은 미국을 돕지 않는다는 논리의 다음 단계가 “미국도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할 것” 다음은 코리아 패싱인가

트럼프의 한국 비판은 이미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맞물려 행동 단계로 넘어갔다. 이제 그는 김정은이 ‘응답했다’고 공개하고 연내 정상회담까지 공언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다음 단계 가운데 하나로 대북 특사 파견이나 북미 간 비공개 접촉의 공개를 예상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 일정 하나가 아니다. 한국과 조율하지 않은 북미 직접 협상이 시작되면 북한 핵을 완전히 폐기할 대상이 아니라 보유량을 제한하고 관리할 군비통제 대상으로 다룰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대북 제재 완화와 한미 연합훈련 축소, 미국 전략자산 전개 문제도 후속 협상 의제로 이어질 수 있다.

코리아 패싱의 실체는 한국이 회담장에 없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좌우할 조건이 한국의 동의 없이 결정되는 것이다. 트럼프가 한국의 지원 거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김정은과 직접 거래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무거워진다.

트럼프의 “기억할 것”은 감정의 기록이 아니라 다음 행동의 예고일 수 있다. 그 행동이 대북 특사 파견으로 나타난 뒤에야 정부가 상황을 파악한다면 이미 늦다.

정부는 북미 간 메시지 전달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지, 미국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북한 핵과 한미 연합훈련이 한국을 배제한 협상 대상이 되지 않도록 어떤 장치를 마련했는지도 답해야 한다.

‘기억할 것’의 다음 장면이 ‘한국 없는 북미 협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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