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에서 바라본 한남대교. [영상=임요희 기자]
수상 교통수단이 부족했던 서울에 한강버스가 등장하면서 도시의 매력 요소가 추가됐다. 한강버스는 훌륭한 교통수단이면서 서울을 즐기는 새로운 여행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외국인 이용객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서울에 한강버스가 있다면 홍콩에는 스타페리(Star Ferry)가 있다. 스타페리는 1888년부터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연결해 온 130년 전통의 교통수단이다. 스타페리 역시 실질적인 교통수단이면서 홍콩여행의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한강버스가 드넓은 강줄기를 따라 도시를 여유롭게 관조하는 ‘여정’이라면, 스타페리는 시공간을 초월해 홍콩의 역동성을 짧게 경험하는 ‘이벤트’에 가깝다.
17개 교각 감상이 포인트인 한강버스
한강버스는 한강을 따라 서울의 동서를 길게 잇는다. 마곡을 출발해 잠실로 향하는 물길은 편도 30km에 달한다. 일반 운항 소요 시간은 약 2시간7분(급행은 1시간22분)으로 7개 선착장을 경유한다.
한강 위를 유유히 떠가는 한강버스. 색 보정함. [사진=임요희 기자]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연속해서 나타나는 교각들이다. 한강버스는 크게 서부 구간(마곡~여의도)과 동부 구간(여의도~잠실)으로 나뉘는데 두 구간을 모두 이용한다면 17개 다리 밑을 지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마곡 선착장을 출발하자마자 처음 마주하는 다리는 가양대교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다리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국내 다리 중 경간장(교각 간격)이 가장 넓다는 것이다. 최저 100m에서 최대 180m에 이른다.
그다음 다리는 망원 선착장 인근의 성산대교다. 붉은색 반달형의 트러스 구조가 매우 아름다운 다리다. 이들 외에도 서부구간에는 양화대교·당산철교·서강대교의 5개 다리가 있다.
동부 구간으로 넘어가면 다리의 수가 12개로 증가한다. 본격적인 대도심 구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강버스가 원효대교 밑을 지나고 있다. [사진=임요희 기자]
한강철교를 통과하는 한강버스. [사진=임요희 시자]
한강대교 [사진=임요희 기자]
성수대교. [사진=임요희 기자]
여의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바로 오른쪽으로 마포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여의도를 ‘서울의 맨해튼’으로 발전시킨 핵심 교통 인프라다. 한강 다리 중 최초로 ‘대교’라는 이름이 붙은 다리이기도 하다.
63빌딩 앞을 지나면서 원효대교가 눈에 들어오고, KTX가 지나다니는 역사적인 한강철교를 지나게 된다. 둥근 달 조형물이 있는 노들섬이 보이면 곧 한강대교가 나타난다는 신호다.
이쯤에 이르러 승무원들은 승객이 갑판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는데 한강버스 투어를 통틀어 가장 신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선박의 빠른 속도와 한강물의 출렁임이 결합되면서 그야말로 배(선박)와 배(내장)가 동시에 요동치는 다이내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선내에서는 그저 잔잔하고 고요하기만 했던 ‘풍경’이 어떻게 그렇게 긴장감 가득한 ‘실제’로 뒤바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어지는 반포대교(잠수교)는 복층 교량이다. 한강버스가 아슬아슬 다리 밑을 통과하고 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한남대교·동호대교·성수대교·영동대교·청담대교·잠실대교가 차례로 나타난다.
홍콩섬 마천루의 위용을 한눈에, 스타페리
홍콩의 빅토리아하버는 강폭이 1km 남짓으로 한강과 비슷하다. 엄밀히 말하면 빅토리아하버는 강이 아니라 바다지만 넓디넓은 한강을 늘 봐온 우리 눈에는 그냥 평범한 강으로만 보인다.
홍콩 스타페리에서 바라본 스타페리. [사진=임요희 기자]
그래도 스타페리가 운항을 개시하던 19세기 말, 바닷길 1km란 어마어마한 거리였고 이 작은 배는 섬과 육지를 이어줄 유일한 끈이었다. 적어도 20세기 후반, 해저터널과 지하철 노선이 개통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한강버스가, 스치는 다리를 세며 유유자적 즐기는 긴 여행이라면, 스타페리는 홍콩섬 마천루들의 위용에 감탄하면서, 그러니까 입을 벌린 채 하선해야 하는 10분간의 짧고 강렬한 경험이다.
공통점이라면 두 선박 다 밤이 낮을 이긴다는 것이다. 밤이 되면 한강다리에 경관조명이 들어오고 멀리 아담한(?) 빌딩에도 보석처럼 불이 켜져 한강버스 차창에는 고요한 화려함이 가득 찬다. 한편 홍콩섬은 세계 3대 야경에 들 정도인 데다 조명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바다 한가운데서 직관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세계 3대 야경 명소로 꼽히는 홍콩의 빅토리아하버. [사진=임요희 기자]
서울 한강버스는 에어컨이 들어오는 쾌적한 실내와, 한강의 출렁임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뱃전을 갖추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출항 전 간단한 간식 등을 사 들고 입장할 수 있으며 승선 전 배를 기다리며 맛보는 한강라면 또한 별미다. 배삯도 3000원으로 저렴하다.
홍콩 스타페리는 에어컨 가동은 안 되지만 우리 돈 약 1000원이라는 저렴한 운임으로 그 시절의 낭만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나무 벤치, 놋쇠장식 심지어 선풍기 사양까지도 그대로인 스타페리는 시공간을 축약한 매력적인 교통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