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9월2일, 현 정부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지역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안정과 세계 평화의 핵심 과제"라며 "직접 당사자로서 전작권 환수를 통해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 연합 훈련 축소 기조 속에서도 80년 넘게 쌓인 대결의 벽을 허물고 평화 체제를 주도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당초 계획대로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9월3일,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한미동맹 강화를 전제로 한 전작권 환수를 내세웠다. '자주국방'이라는 매력적인 명분 이면에는 냉혹한 안보 현실 속에서 오히려 한미동맹을 흔들고 국가 안보에 치명상을 입힐 위험한 '비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강신철 후보자는 잘 알 것이다.
강 후보자는 정부의 전작권 환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거룩한 과거 발언과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1. 대한민국은 이미 전작권의 공동 주인이다
안보에 무지한 위정자들은 전작권이 오로지 미군에게 있다고 오해한다. 전쟁이 나면 미군 4성 장군이 마음대로 우리 국군을 이리저리 지휘하고, 우리는 그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하청 업체' 같은 처지라고 생각하지만 한미연합사령부의 작동 방식은 전혀 다르다. 처음부터 동맹국의 이익과 자존심을 배려하는 구조다.
한미연합군을 움직이는 구조는 '두 개의 열쇠가 동시에 꽂혀야 열리는 거대한 은행 금고'와 같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즉 양국의 통수권자가 합의를 거쳐 군사위원회(MC)에 전략 지침을 내린다. 연합사령관(미군 장군)은 이 합의된 지침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집행자에 불과하다. 지분은 정확히 50 대 50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동의 없이는 미군 사령관이 단 한 명의 한국군 병사도, 심지어 미군 병력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전작권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의 통제력을 쥐고 있다. 실질적인 권한을 완벽하게 쥐고 있으면서, 단지 겉에 걸린 '사령관'이라는 이름표 하나를 바꾸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2. 전작권 전환은 우리의 '눈과 귀'를 포기하고 '주먹'만 믿는 위험한 도박
전작권을 단독으로 행사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미군이 책임지던 엄청난 정보 자산과 방어망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전은 단순히 총을 쏘고 탱크가 돌격하는 싸움이 아니다. 우주에 떠 있는 정찰 위성, 수백 킬로미터 밖을 내다보는 조기경보통제기, 적의 미사일 기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지휘통제 시스템(C4ISR)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 이것들은 군대의 '눈과 귀'다.
지금 우리는 세계 최강인 미군의 '눈과 귀'를 사실상 무료로 빌려 쓰고 있다. 만약 전작권을 환수하여 이 압도적인 시스템을 우리 국방비로 만들어내기 위해 수십 조 원의 엄청난 세금을 투자해도 짝퉁 수준이 될 것이다.
최근 K-방산이 세계적으로 수출되며 우리 무기의 우수성을 뽐내고 있지만, 한미 자산이 연동되어야 기능을 발휘하는 무기들이다.
좋은 탱크와 자주포를 만드는 것과 거대한 전쟁 시스템 전체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주먹이 아무리 세고 단단해도, 눈을 가린 채 링 위에 오르면 상대의 잽 한 번에 쓰러질 수밖에 없다.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 한미동맹이라는 '양날의 검'을 쪼개어, 굳이 내 돈을 천문학적으로 들여 무딘 '반쪽짜리 칼'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아직도 40년 전 운동권 마인더에 젖어 있는 처량한 모양새다.
3. 이승만 대통령이 던진 '인계철선'의 진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전작권의 본질이 더욱 명확해진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국군이 낙동강까지 밀리던 위기의 순간, 이승만 전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서한을 보내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넘겼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군사 주권을 포기한 굴욕'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는 당시 신생 약소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천재적인 외교 전술이었다. 세계 최강의 미군을 한반도에 영구히 묶어두기 위한 거대한 제안을 한 것이다.
군사용어로는 이를 '인계철선(Tripwire)'이라고 부른다. 적이 쳐들어와 경계선을 건드리면 폭탄이 터지듯,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자동적으로 미군이 개입하여 피를 흘리게 만드는 가장 튼튼한 안보의 생명줄을 채운 것이다.
만약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살아서 지금의 전작권 환수 논쟁을 본다면 "나는 미국을 묶어두려고 통수 권한의 일부를 던졌는데, 왜 너희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보 생명줄을 제 손으로 풀려 하느냐"며 일갈할 것이다.
4. 진짜 주인은 자기 일을 하면서 불평하지 않는다
영화 '마션'에서 NASA 지도부가 화성의 거대한 모래폭풍 속에서 탐사선의 항로를 전격 수정한 것은 '우주선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명분 때문이 아니었다. 오직 대원의 생존이라는 확실한 실리를 위해 정밀한 계산과 결단을 내렸을 뿐이다.
진정한 전시 작전지휘권은 내 마음대로 하는 통제 소유권 개념이 아니다. 주어진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100% 활용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진짜 주인은 명분에 집착해 실리를 깎아먹지 않는다. 진정한 주권 국가의 당당함은 전작권이라는 이름표를 바꿔 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막강한 자산을 내 것처럼 자연스럽고 정밀하게 활용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의 안위를 지켜내는 데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실질적이고 고도화된 지금, 달력에 날짜를 박아두듯 2028년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맞춰 전작권을 환수하려는 시도는 위험천만하다.
이는 한미동맹의 결속력에 스스로 균열을 내고, 가장 확실한 전쟁 억지력을 걷어차 버리는 치명적인 안보 파탄 함정이 될 뿐이다.
대한민국 통수권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내 칼을 돌려달라"는 무의미한 투정이 아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핵우산으로 다져진 '한미동맹'이라는 거대한 안보 자산을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냉철한 결단만이 필요할 뿐이다.
다수가 아니라고 하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통찰하길 바란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