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있었던 5·18 학술대회 Ⓒ한미일보
5·18을 둘러싼 논쟁에서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이 있다. ‘5·18 관련자’와 ‘5·18민주유공자’를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관행이다. 언론과 정치권은 물론 일반적인 논쟁에서도 ‘관련자’ ‘보상자’ ‘유공자’가 별다른 구별 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법적으로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5·18관련자’는 피해에 대한 인정
‘5·18민주유공자’는 보훈자의 지위
‘5·18 관련자’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체계에서 사용되어 온 법률상의 범주다. 사망자, 행방불명자, 부상자 등 5·18과 관련하여 일정한 피해를 인정받은 사람들이 포함된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것은 사건과의 관련성과 피해에 대한 인정이다.
반면 ‘5·18민주유공자’는 ‘5·18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보훈체계 안에서 부여되는 별도의 법적 지위다. 법률이 정한 요건과 등록절차를 거쳐 국가보훈부가 관리하는 보훈 대상이다. 따라서 관련자와 민주유공자는 법률적 근거와 행정적 성격에서 구별된다.
이 차이는 담당 절차에서도 나타난다. 관련자 인정과 보상 과정에서는 광주광역시의 보상심의 절차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5·18민주유공자의 등록과 보훈 행정은 국가보훈부가 담당한다. 따라서 “광주시가 5·18 유공자를 선정한다”는 표현은 엄밀하지 않다. 광주시가 담당해 온 관련자 인정과 국가보훈부의 유공자 등록을 구별해서 말해야 한다.
다만 두 제도가 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니다. 관련자 인정과 보상체계가 이후 보훈체계와 연결되는 구조가 존재한다. 문제는 바로 이 대목에서 발생한다. 제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과 법적으로 같은 지위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전자를 근거로 후자를 동일시하면 행정절차와 통계 모두 부정확해진다.
특히 숫자를 다룰 때 이 구분은 중요하다. 5·18 관련자 숫자를 그대로 ‘5·18 유공자 숫자’라고 표현하거나 보상 대상자의 규모를 유공자의 규모와 같은 것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어느 법률에 따른 통계인지, 어느 시점의 자료인지, 관련자·보상 대상자·민주유공자 가운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는 말꼬리를 잡는 문제가 아니다. ‘관련자’와 ‘유공자’라는 말이 일반 국민에게 전달하는 의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관련자는 특정 사건과의 법률상 관련성이나 피해를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중심이지만, 유공자는 국가가 법률에 따라 예우하는 보훈상의 지위를 뜻한다. 둘을 섞어 사용하면 어떤 근거로 어떤 지위가 부여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나는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는 현재의 역사적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판하는 쪽에서 법률적 개념까지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기존 평가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사실관계와 용어에서 더 정확해야 한다. 관련자로 확인된 사람을 근거 없이 유공자라고 부르거나, 관련자 인정 절차를 유공자 선정 절차라고 표현하면 비판의 신뢰성부터 약해진다.
‘관련자’ ‘유공자’ ‘역사적 평가’ 구분해야
내가 관심을 두는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관련자는 어떤 기준과 자료를 통해 인정되었는가. 피해와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는 어떻게 확인되었는가. 그리고 관련자 가운데 누가 어떤 법적 요건을 거쳐 민주유공자로 등록되었는가. 이 과정을 살펴보려면 애초에 각각의 법적 범주를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
여기에는 역사적 평가와 행정적 지위의 구별도 필요하다. 현행법이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민주유공자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현재의 법률적 사실이다. 그러나 법률상의 명칭이 역사 연구의 결론까지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5·18의 성격에 대해서도 자료에 따른 재검토가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 법률상의 지위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과 그 법률이 전제하는 역사적 평가에 동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5·18 문제를 논할 때는 적어도 세 가지를 섞지 말아야 한다. △사건과 관련하여 피해를 인정받은 관련자 △국가보훈체계에서 법률상의 지위를 부여받은 5·18민주유공자 △5·18이라는 사건 자체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이 구분이 이루어져야 논쟁도 구체적으로 바뀐다. 막연하게 “5·18 유공자가 너무 많다”거나 “광주시가 유공자를 선정한다”고 말하는 대신, 어느 시기에 몇 명이 관련자로 인정됐고 그 가운데 몇 명이 어떤 절차를 통해 민주유공자로 등록됐는지를 물을 수 있다. 그것이 훨씬 정확한 문제 제기다.
5·18을 옹호하든 비판하든 법률상 다른 개념을 하나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 특히 관련자 숫자를 유공자 숫자로, 관련자 인정을 유공자 선정으로 바꾸어 말하는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5·18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역시 정확한 용어와 정확한 숫자에서 출발해야 한다.

◆ 松山(송산) 정광제
시사 칼럼니스트이자 시인, 역사·철학 연구자. 이승만학당 이사와 철학포럼 리케이온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자유주의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시집 ‘하다못해 가슴에라도’외 3권이 있으며 공역 ‘후크고지의 영웅들’과 인문서 ‘신화가 된 조선’ ‘다다미 위의 인문학’ ‘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 ‘문학의 세계와 사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