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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존 R. 갤빈 장군과 군사전략가 양성 방안
  • 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 등록 2025-09-03 1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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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사의 의미와 전략가 교육의 본질

주은식 한국전략연구소 소장 문제의식과 배경

 

냉전 말기와 탈냉전기의 전략환경은 군사전략가의 역할을 새롭게 요구했다. 핵 억제 전략과 대규모 기동전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정치·외교·경제·문화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전략능력이 필요해졌다. 존 R. 갤빈 장군은 NATO 최고사령관을 역임하면서 이러한 필요성을 절감했고, 은퇴 후 터프츠 대학에 몸담으며 군사전략가 교육체계의 취약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군사전략가는 단순한 지휘관이나 참모가 아니라, 장기적 안목과 역사적 통찰력을 갖춘 국가적 자산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제 이재명 정부들어 4성장군 7명을 일거에 전역조치하고 3성장군을 발탁하여 한국군 요직에 보직시켰다. 군단장에서 군 최고자리에 오르게 될 경우 그들에게 요구되는 사항 중에서 핵위기가 그들에게 부과할 책무의 엄중함에 대하여 중요한 사항을 인지시키는 의미에서 강조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전술작전 제대에서 이제 전쟁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대장들은 다음 사항을 특히 유의해서 근무해야 한다. 모처럼 기갑병과에서도 4성장군이 나왔고 지상작전 사령관에 보임됐다. 생도대에서 그를 기갑장교로 이끈 보람이 있다. 합참의장에 전략사령부 공군 진영승 장군을 발탁한 것이나 연합사부사령관에 김성민 장군을 발탁한 것은 국방을 위해서 적임자를 선발했다. 

 

존 갤빈장군이 쓴 군사전략가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글은 지금의 4성장군이 사관생도 시절에 소개했는데 軍事學이 학문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에 軍史學的 접근방법을 택해야 함을 강조했다. 당시는 ‘군사명저탐방’에 ‘군사전략가 양성 방안’이라는 존 갤빈 장군이 썼던 논문을 요약하여 소개했었다.     

 

갤빈장군이 내린 군사전략가 정의

 

갤빈은 군사전략가를 “군사력의 사용과 제한을 국가 목적에 맞추어 설계·조율하는 인물”로 규정했다. 전술적 수준의 전투 지휘관과 달리, 전략가는 장기간의 흐름을 내다보고 정치적 의도와 군사적 수단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단순한 ‘군사기술자’가 아니라 사상가(thinker)이자 설계자(designer)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교육과정에서 군사사의 핵심적 위치

 

갤빈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군사사(military history)의 필수성이었다. 그는 전략 교육이 지나치게 당대의 기술과 전술에 매몰될 경우, 장기적 교훈과 인간적 본질을 놓친다고 보았다.

 

역사의 반복성: 전쟁의 기술은 변하지만 인간의 본성, 권력의 경쟁, 불확실성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펠로폰네소스 전쟁, 나폴레옹 전쟁, 제2차 세계대전에서 얻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례연구(case study)의 힘: 클라우제비츠, 리델하트, 마한 등 전략사상가들의 사유와 더불어, 역사적 전쟁 사례를 추적하는 것이 전략가의 사고 근육을 단련시킨다고 강조했다.

비판적 시각: 단순히 과거를 찬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성공과 실패를 비교·분석하며 “왜 어떤 선택이 실패했는가”를 숙고하는 것이 전략가의 본령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갤빈은 특히 미국 군사교육의 단기·실용주의적 성향을 비판하며, 서구 문명사·군사사에 대한 폭넓은 학습이 결여될 경우 ‘즉흥적 관리자’는 양성될 수 있어도 ‘진정한 전략가’는 배출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전략가 양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

 

갤빈 장군이 제시한 방안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장기 교육과정: 단기 강좌와 전술훈련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역사·정치·경제·철학을 포함한 10년 단위의 장기 육성 계획이 필요하다.

문사철 융합 학습: 군사사가 뿌리가 되어야 하지만, 국제정치학·경제학·기술사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현장 경험과 학문적 연구의 병행: 전략가는 실전 경험 없이는 현실성을 잃고, 학문적 소양 없이는 시야가 좁아지므로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

토론과 비판 문화 정착: 지휘관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문화 속에서는 창의적 전략가가 길러질 수 없다. 학문적 자유와 토론 문화가 보장되어야 한다.

 

한국군과 4성에 진출한 장군들에게 주는 시사점

 

갤빈의 문제제기는 우리군에도 적용 가능한데 우리군은 오랫동안 단기적 위기 대응과 전술적 숙련에 집중해 왔지만, 장기적 전략 구상 능력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한국의 군사교육기관에서 군사사 연구와 전략사상 교육이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갤빈의 비판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어떤 국방장관은 장관 재임시 교육검열을 빙자하여 육군대학에서 특히 전쟁사 교육을 폐지하라고 다그친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폐지하면 안 된다고 검열단장 최모 장군에게 강력하게 주장했다. 

 

미군은 체계적으로 군사사 교육을 강화하여 정치·전략 인재를 길러왔는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실무형 장교 양성에 집중해 전략가 배출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한국군도 갤빈이 강조한 바와 같이 군사사 중심의 교육, 장기적 전략가 양성 프로그램, 국제정치·경제와의 융합 학습을 제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늘 진급하는 7명의 4성 장군들은 갤빈 장군이 89년에 쓴 What’s the Matter with Being a Strategist?라는 글에 나오는 말을 새겨야 한다. 인터넷에서 다운 가능하다. 꼭 전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우리는 우리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국가를 위해 군사 지도력과 군사 자문을 제공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도록 교육하고 준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일부는, 그중에서도 최고의)을 군사전략가로 만들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군사 전략가는 군사 전략 수립 및 구체화에 있어 적성, 경험, 그리고 교육 면에서 독보적인 자격을 갖춘 사람이다.(전략 수립과 전략 구체화는 똑같이 중요하다.)

 

그는 우리의 국가 전략과 국제환경을 이해하며, 무력 사용의 제약과 국방에 투입되는 국가자원의 한계를 인식한다. 또한 그는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잠재적 적대국이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도 알고 있다. 그는 (적어도 이것이 없이는 전략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아군과 적군의 군사 조직의 구조, 기능, 역량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존 R. 갤빈 장군은 단순히 군사현장의 지휘관에 머문 인물이 아니라, 교육자이자 사상가였다. 그는 군사전략가 양성에 있어 군사사적 통찰이 가장 근본적 토대임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이는 “전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고전적 명제를 오늘날에도 되살린 것이며, 기술과 환경이 급변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이다. 우리군과 오늘 진급하는 7명의 장군뿐 아니라 후배 장교들이나 장군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갤빈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실질적 생존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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