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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서사, 하나의 사건: 12·3 계엄] ④ 홍장원 메모, 체포 명단인가 조작 문건인가
  • 김영 기자
  • 등록 2025-09-03 13: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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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까지 제출된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의 메모, 그러나 원본은 사라져
  • 보좌관 정서와 가필, 시간·장소 불일치로 신빙성 논란 확산
  • 민주당은 ‘내란 실행 증거’라 주장, 보수 진영은 ‘정치적 조작 문건’이라 반박
노상원 수첩이 ‘계엄 기획 단계’의 청사진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왔다면, 홍장원 메모는 그 뒤를 잇는 ‘실행 단계’의 증거로 자리매김했다. 민주당과 특검은 이 두 문건을 쌍둥이 증거라 규정하며, 계엄을 내란으로 확정짓는 논리를 세웠다. 그러나 노상원 수첩이 사실관계와 법적 의미를 두고 공방에 휩싸였듯, 홍장원 메모 역시 작성 경위와 증거력 논란으로 정치적 진실게임의 한가운데에 섰다. <편빕자 주>

원본은 사라지고 남은 건 서로 다른 필체가 뒤섞인 메모. 증거인가 조작인가. 한미일보 그래픽.

12월 3일 계엄 사태를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다. 이 문건은 민주당과 특검이 “내란 실행의 증거”라 주장한 핵심 자료였으며,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에도 직접 제출됐다. 그러나 정작 원본은 존재하지 않고, 여러 차례의 재작성과 가필을 거친 사본만 남아 있다. 이로 인해 메모의 신빙성과 증거력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네 가지 버전, 원본은 없다

 

공개된 메모는 최소 네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노란색 메모지에 급히 휘갈겨 쓴 흔적이 남은 1차 메모, 이를 정서한 보좌관의 사본, 홍 전 차장이 다시 옮겨 쓴 두 번째 사본, 그리고 검은 펜으로 이름을 덧칠한 최종 가필본이다. 실제 사진에서 보이는 글씨는 파란색과 검은색 필체가 뒤섞여 있으며, 일부는 원고지처럼 도트가 찍힌 종이에 정리된 형태다.

 

홍 전 차장은 “처음 쓴 원본은 구겨 버렸다”고 증언했다. 결국 헌재에 제출된 것은 가필된 최종본이었으며, 이는 원본 부재라는 근본적 한계를 남겼다.

 

시간·장소 불일치

 

홍 전 차장은 “공관 앞 공터에서 메모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화 기록과 CCTV는 당시 그가 사무실에 있었다는 정황을 가리켰다. 작성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진술과 물적 증거가 엇갈리면서, 메모가 실제 상황을 기록한 것인지, 사후에 각색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민주당과 특검 “체포 명단”

 

민주당과 특검은 이 메모를 정치인 체포 명단으로 해석했다. 메모에는 이재명 대통령, 국회의장, 야권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상원 수첩이 ‘기획 단계의 청사진’이라면, 홍장원 메모는 ‘실행 단계의 명단’이라는 것이다.

 

특검은 수첩과 메모가 서로 보완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수첩은 계획, 메모는 명단으로서, 계엄을 내란 실행으로 입증할 수 있는 쌍둥이 증거라는 해석이다. 민주당은 이를 앞세워 계엄을 내란으로 확정짓는 논리를 강화했다.

 

보수 진영 “조작 문건”

 

보수 진영은 정반대로 본다. 원본이 사라졌고, 보좌관 정서본과 가필본만 남은 문건이 어떻게 독립적 증거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시간과 장소 진술이 엇갈리고, 메모의 필체도 혼재되어 있다.

 

보수 진영은 이 메모가 정치적 목적을 띤 조작 혹은 각색된 문건일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다. 내란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민주당과 특검이 이 문건의 의미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즉, 메모는 계엄을 내란으로 확정짓기 위한 정치적 연출물이라는 것이다.

 

헌재 심리와 증거력 논쟁

 

헌법재판소까지 제출된 이 메모는, 심리 과정에서 치열한 논란을 불러왔다. 헌재는 형사재판과 달리 엄격한 증거법칙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여전히 증거의 신빙성과 독립적 증거력을 중시한다.

 

작성 경위: 원본 부재와 가필 혼재는 진정성립을 의심케 했다.

내용의 구체성: 이름이 적시돼 있으나 실행 계획과 직접 연결되는지는 불분명했다.

보완 증거: 노상원 수첩과 결합할 때만 제한적 의미를 가진다고 판단됐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체포 명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독립적 증거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따라서 메모는 본안 판단의 핵심 증거가 아니라 보조 자료로 채택됐다.

 

두 개의 프레임, 갈라진 결론

 

결국 홍장원 메모는 민주당 서사의 마지막 증거로 제시됐지만, 동시에 그 신빙성 논란은 민주당 프레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민주당·특검 서사: 수첩과 메모는 내란 기획과 실행의 쌍둥이 증거다.

보수 진영 서사: 원본 없는 메모는 조작 가능성이 크며, 정치적 프레임에 불과하다.

 

상징인가 허상인가

 

홍장원 메모는 내란 논쟁의 종착지에서, 여전히 증거와 조작 사이를 오간다.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려는 민주당 서사의 상징이자, 동시에 허술한 증거의 상징으로 남았다.

 

12월 3일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있어, 홍장원 메모는 반드시 짚어야 할 기록이다. 그러나 이 문건이 내란의 증거인지, 아니면 정치적 허상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남은 것은 결국 재판과 역사적 평가다. 체포 명단인가, 조작 문건인가. 그 답은 아직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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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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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03 20:54:49

    말해뭣하리..지렁이 브레이크댄스 하는 그거 말인가요?  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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