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EPA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핵심인물인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이 겸직하던 세계무역기구(WTO) 대사에서 해임했다.
2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결정에 따라 모로코, 루마니아 등 7개국 대사를 교체하는 재외공관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리 대표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WTO 대사에는 WTO 부대사였던 리융제(李詠箑)가 임명됐다.
리 대표는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직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리 대표는 관세전쟁으로 미중 갈등이 한창 고조되던 지난 4월 전임 왕서우원 부부장의 뒤를 이어 통상대표로 발탁됐다. 2021년부터 WTO 대사로 있던 그는 최근까지 WTO 대사직을 겸임해오다 이번에 내려놓게 됐다.
그는 국제무역담판대표로 영전한 이후 네 차례에 걸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함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협상 과정에선 대미 압박 발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리 대표가 미국 측의 요청 없이 워싱턴DC를 방문했으며, 무례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제정신이 아니다"(unhinged)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리 대표가 8월에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매우 격앙된 상태와 매우 공격적인 어조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미국이 '지옥불'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과 허 부총리가 이르면 이번 주말 말레이시아에서 회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베선트 장관의 비난 발언과 연관 짓기도 했다.
하지만 리 대표가 4년 넘게 WTO 대사직을 수행한 점, 공관장 인사는 격월로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를 거쳐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 전에 결정된 사항으로 통상대표 직무에 더 집중하게 하려는 성격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WTO도 이미 지난달 29일 웨이보 계정을 통해 리사 신임 대사가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에게 신임장을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인사가 베선트 장관의 발언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는 정기적인 인사 변동"이라고 답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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