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속의 원자로는 조용히 뛰는 심장이다. 한국형 잠수함 KSS-III 배치3이 그 심장을 품을 수 있을까. 한미일보 그래픽한국형 잠수함의 다음 문장은 원자로로 쓰일까. 도산 안창호급 KSS-III의 배치3 설계가 ‘소형모듈원자로(SMR)’ 탑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발언 이후 해군 내부에선 “기술은 준비됐다, 문제는 설계”라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란 언제나 선택을 요구한다. SMR이 들어올 자리는 단순한 기계 공간이 아니라, 전략과 윤리가 교차하는 심연이다.
바다 속의 원자로는 조용히 뛰는 심장이다. 한국형 잠수함 KSS-III 배치3이 그 심장을 품을 수 있을까. 한미일보 그래픽한국형 잠수함의 다음 문장은 원자로로 쓰일까. 도산 안창호급 KSS-III의 배치3 설계가 ‘소형모듈원자로(SMR)’ 탑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발언 이후 해군 내부에선 “기술은 준비됐다, 문제는 설계”라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란 언제나 선택을 요구한다. SMR이 들어올 자리는 단순한 기계 공간이 아니라, 전략과 윤리가 교차하는 심연이다.
해군 잠수함 설계자들은 “소리는 무기보다 빠르게 죽인다”고 말한다. SMR의 냉각펌프가 내는 30Hz 저주파 하나가 수백 해리 밖 수중음향망에 찍힌다. IAEA SMR 보고서(2024)는 해양형 원자로의 최대 난제로 ‘진동과 소음 억제’를 꼽았다. 한국형 핵잠의 진짜 적은 기술이 아니라 ‘소리’일지 모른다. 핵잠은 조용해야 강하다. 은밀함이 곧 생존이다.
원자로를 감싸는 납과 강의 벽은 사람을 지키지만 배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차폐를 1톤 늘리면 트림이 2도 기운다. 해군공학에서 2도는 생과 사의 경계다. Naval News(2024.2.5)는 “KSS-III 배치Ⅱ 설계가 복원성 보정을 위해 차폐재 배치를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엔지니어들은 방사선보다 먼저 중력을 계산한다.
냉각수의 온도 2도, 유속 0.1m/s의 미세한 차이가 수면 위에 기포를 만든다. 그 흔적은 위성의 적외선 센서가 잡는다. 핵추진의 이점은 ‘무한 잠항’이지만 역설적으로 열은 잠항의 증거가 된다. War on the Rocks(2025)는 “한국형 핵잠의 최대 도전은 열서명 관리”라고 분석했다. SMR 해양화의 첫 과제는 터빈이 아니라 ‘열을 감추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SMR 해양화 과정에서 최소 12개의 기술 리스크를 지적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해양환경 적응(marinizaton)이다. 원자로는 지상 구조물과 달리 고압·고습·염분·진동에 동시에 노출된다. 배관과 밸브, 전기계통이 이 조건을 견딜 만큼 내식성과 피로수명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전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무너진다. SMR은 작지만, 작기 때문에 더 복잡하다. 작은 부피 속에 고온과 고압이 집중될수록, 한계는 더 빨리 온다.
두 번째 난제는 소음과 진동의 통제다. 냉각펌프와 터빈의 미세한 저주파 진동은 잠수함의 위치를 드러내는 가장 치명적인 신호다. 수백 해리 밖의 수중음향망이 그 떨림을 감지할 수 있다. 핵잠의 은밀성은 화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음(無音)’이라는 기술적 윤리에서 비롯된다. 소리를 죽이는 것은 무기를 만드는 일보다 어렵다.
세 번째는 열 관리와 냉각 효율, 그리고 수면 위로 드러나는 열서명(thermal signature)이다. 잠항 중 생성되는 열을 감추지 못하면, 핵추진의 장점은 곧 피탐의 원인이 된다. 열교환기 설계, 냉각수 유속, 방열패턴의 미세한 오차가 곧 적의 위성사진에 찍힌다. 냉각의 문제는 단순한 온도 조절이 아니라 ‘존재를 숨기는 기술’이다.
네 번째 과제는 방사선 차폐와 복원력의 균형이다. 차폐재를 늘리면 안전은 높아지지만, 선체의 무게중심이 변하고 복원력이 줄어든다. 잠수함은 균형이 생명인데, 원자로가 들어오면 그 균형은 매 순간 새로 계산되어야 한다. 설계자는 방사선보다 먼저 중력을 계산하고, 중력보다 먼저 인간의 생존 공간을 계산한다.
이후의 문제는 충격·내폭·내압 설계, 비상정지(Scram) 계통의 신뢰성, 연료주기 관리와 비확산 리스크, 그리고 국제 규제와 군사보안의 충돌로 이어진다. 각각의 요소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밸브, 하나의 센서, 하나의 프로토콜이 무너질 때, 나머지 시스템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원자로가 함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잠수함은 더 이상 함정이 아니다. 그것은 물속에서 움직이는 핵시설이 된다.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체계 통합과 정비 생태계다. 원자로실, 추진체계, 무장·센서·숙영공간이 한정된 선체 안에서 물리적, 열적, 전자기적 균형을 이뤄야 한다. 정비 인력, 예비 부품, 폐기물 관리체계가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기술은 오래가지 못한다. 핵잠의 문제는 원자로보다도 인력의 문제이며, 기계보다도 제도의 문제다.
결국 SMR 해양화란 단순히 원자로를 바다로 옮기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바다에 띄우는 일이다. 해양의 압력보다 더 무거운 것은 윤리의 압력이다. 과학과 군사, 그리고 인간의 안전이 같은 공간에서 숨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잠항 중 전원이 끊기면 원자로는 본능처럼 뜨거워진다. 붕괴열은 사람의 두려움처럼 서서히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SMR의 안전설계는 이 ‘5분’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달려 있다. 디젤·배터리·연료전지 세 전원이 붕괴열의 시간을 버티게 만드는 삼중의 문이다. 그 문이 닫히지 않으면 해수는 증기로 바뀌고, 함장은 영웅에서 희생자로 바뀐다.
연료가 20%를 넘는 순간 기술은 외교가 된다. 고농축우라늄(HEU)은 힘이지만 동시에 금지어다. 한미 원자력협정의 문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하나 있다. 그 ‘20%’는 기술적 기준이 아니라 외교적 문법이다. 핵잠의 문제는 우라늄의 농축이 아니라 동맹의 신뢰가 얼마냐의 문제로 바뀐다.
군사비밀은 보호를, 원자력은 공개를 전제로 한다. 핵잠은 그 모순 위에 존재한다. IAEA SMR 보고서는 “군사 응용 SMR의 최대 과제는 비밀과 감독의 조화”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비밀’과 원안위의 ‘투명성’이 한 선체 안에서 충돌한다. 과학자는 데이터를 원하고, 군은 위치를 숨긴다. 그 균형을 잃으면 기술보다 신뢰가 먼저 침몰한다.
핵잠은 한 척이 아니라 정비 생태계다. SMR을 단 한 척 장착해도 교육·부품·폐기 체계가 없다면, 그건 떠 있는 원자로일 뿐이다. 핵잠의 진짜 무기는 연료도 소음도 아닌 ‘사람’이다. 사람이 기술을 믿을 때, 그 배는 돌아온다.
한미일보와 통화한 전문가들은 ‘SMR의 해양화’에 대해 ‘단순한 축소가 아닌 과학·군사·윤리가 한 몸 안에서 숨쉬는 실험’이라고 정리했다.
KSS-III 배치3의 설계도에 아직 그려지지 않은 것은 ‘결단’이다. 핵잠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선택이다. 한국은 에너지의 시대에서 전략의 시대로 넘어가려는 문턱에 서 있다. 그 문턱 위에서 묻는다.
“우리는 원자로를 통제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것이 우리를 통제할 것인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SMR 해양화 12가지 핵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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