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명령 이행이 죄가 되는 군대가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국가 계속성 유지에 기여하며 생존하고 존속할 수 있는가?" 12·3비상계엄 관련해 재판정에 선 군인들. [사진=연합뉴스]12·3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 국군은 전례 없는 깊은 내상을 입었고 혼란 속에 빠졌다. 최근 내란 특별검사팀이 계엄군 국회 투입과 정치인 체포조 운영 등에 관여한 전직 1공수 여단장을 포함한 간부 7명에 대해 징역 10년에서 18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군 내부에서 느끼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특검은 이들이 “기계적인 조치가 아니라 독자적인 판단을 통해 내란에 가담했다”고 지적했으나, 법정에 선 피고인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계엄은 정당했다”는 강변(强辯)도 있었고, “대통령의 명령을 국가의 명령으로 여겼을 뿐, 불법적인 지시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호소도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서운 질문과 직면하게 된다. 과연 명령 이행이 죄가 되는 군대가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국가 계속성 유지에 기여하며 생존하고 존속할 수 있는가?
1. 군인에게 ‘명령 복종’은 가깝고 ‘위헌 거부’는 멀다
군 조직은 일반 사회 조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시든 평시든 군인은 상관의 정당한 지휘와 지시에 즉각 따르도록 생도시절부터 교육받고 훈련된다.
군인에게 명령복종은 일상이고 호흡이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비상사태 속에서 일선의 지휘관들과 실무 장교들이 하달된 지시와 소집 명령에 직면했을 때 누구라도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를 벗어난 명백하고 중대한 위법 지시까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계엄군 지휘관이 대통령과 계엄 지도부의 지시를 곧바로 ‘위헌적 내란 행위’로 인식·판단·규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이론상으로 불가능하다. 상명하복이 체득된 군인에게 명령을 받았을 때의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처럼, 당시 상황에서 통수권자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항명을 넘어 군인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반역’으로 비칠 수 있는 공포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2. 제복 입은 군인에게 정쟁 차원의 처벌은 정당한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인의 정치적 중립과 문민통제는 군이 지켜야 할 절대적인 불문율이자 대원칙이다. 군은 특정 정파나 권력자가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존재해야 하며, 헌법과 합법적인 민주적 통제 시스템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12·3계엄은 문민통제와 상명하복의 원칙이 정점의 권력에 의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비극적 사건이었다.
최고 통수권자의 지시와 계엄 지도부의 공식 하달 체계를 거친 명령을 일선 군인들이 실시간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 거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거나 오동작했을 때, 그 하부에서 기계적으로 혹은 국가를 위한 충성심으로 임무를 수행한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정치적이고 문민통제의 본래 취지와도 어긋난다.
적의 선행된 드론 도발에 대한 정당한 작전을 이적죄로 몰고, 상명하복 차원의 계엄 명령 이행을 내란죄로 엮는다면 앞으로 그 어떤 군인이 소신 있게 작전을 하고 국가의 명령에 응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판결을 내릴 재판부는 절박한 상황에서 명령을 따라야만 했던 군인의 입장에서 자비로운 생각을 해주길 바란다.
3. 전범 재판정(裁判廷)도 ‘단순 명령 이행자’는 구제하고 선처했다
인류 역사상 참혹한 전쟁 범죄를 판결했던 1946년 10월의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 법정 이래로, 현대 법치국가와 국제형사법 체계는 상급자의 명령에 따른 행위에 대해 깊은 법리적 성찰을 발전시켜 왔다.
비록 ‘상급자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방어 논리가 절대적인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지만, 현대 형사사법 체계는 국가의 거대한 명령 체계 속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나, 지시의 위법성을 명백히 인식하기 어려웠던 경우에는 신중함과 선처의 태도를 취해 왔다. 명령을 따른 군인에게 독박을 씌우는 형벌을 내리지 않았다.
국가 비상사태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최고 권력자의 지시를 국가의 명령으로 오인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군 조직의 특수한 생리를 감안할 때, 정책을 기획하고 권력의 정점에서 사태를 주도한 설계자와 단순히 명령을 이행한 군인과 경찰에게 동일한 무게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명령을 따랐던 군인과 경찰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은 무자비한 정치적 보복이고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 행사이며 명예 학살이다.
4. 정쟁 차원의 획일적 낙인과 명예훼손은 바로잡아야 한다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을 비롯해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상당수의 예비역 장성들이 12·3계엄 관련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거나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억울한 낙인 속에 방치되고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명령 체계 속에서 상명하복의 일념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정치적 소용돌이의 희생양이 되었거나 무고한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재판부는 이들이 처했던 급박한 상황과 군 조직 특유의 복종 구조, 그리고 정치적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깊이 헤아려 관대한 선처를 베풀어 주기를 기대한다.
국방부 역시 진정한 군 기강과 헌법 정신을 존중하여 계엄 관련 불이익을 받은 이들에 대해 적극적인 직권 취소와 명예 회복 조치에 나서야 마땅하다. 존재 자체가 순수할 수밖에 없는 군인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몰아치는 것은 또 다른 불행을 야기(惹起)할 수 있다.
명령을 따랐다는 이유로 정치적 소용돌이에 말려 부당한 상처와 명예훼손과 인권 침해를 당한 군인들을 이제는 냉정한 법의 잣대와 따뜻한 이성과 결자해지의 자세로 흔들린 군심을 다독이고, 군의 명예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지금은 군사분계선까지 진출한 적(敵)의 발밑을 살필 때이다. 명령을 따른 순수 군인을 죽여서 국가마저 파괴할 때가 아니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내란이 아닌걸 내란으로 억지로 엮으려 하다보니 군을 정치화 시켜 희생양 삼는거다.
세계 어느나라가 이런식으로 군을 정치화 하여 죄인을 만드는가.
참으로 너무나 말도 안되는 무리수를 두느라 애쓴다.
이 말도 안되는 죄짓는 자들은 이 죄를 어찌 다 받으려 이런짓들을 벌이는가.
오직 나라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친 자들을 우대는 못해줄 망정 이토록 내란범을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 것인가,
판사들도 똑같다.
특검은 그렇다 치더라도 판사들은 바로잡아줘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여기에 부화뇌동 하면서 말도 안되는 형을 때린다.
정말 하늘이 무섭지도 않는가 보다.
그대로 돌려받을 날 있을거다.
신선하다.
박 선생님의 칼럼은 연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