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국방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다수가 맹렬히 반대하는 일을 강행하는 독단은 종종 처참한 몰락으로 이어진다. 위대한 리더는 고독한 결단으로 역사를 바꾼다는 낭만적인 신화가 있지만, 현실의 역사는 다르다.
우리는 왜 어떤 시도는 역사적 승리가 되고, 어떤 고집은 패가망신으로 끝나는지 그 본질적인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해답은 단기적인 ‘작전’과 장기적인 ‘일(개혁)’의 속성 차이에 있다.
군사적 작전같은 단기적 승부처에서는 다수가 반대하는 길이 오히려 대승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기습과 기만이 핵심인 작전에서는 리더의 결단과 소수 정예의 통제력이 빛을 발한다. 하지만 세상을 탈바꿈시키고 거대한 조직을 개혁하는 장기적인 과업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작전의 핵심이 적을 속이는 것이라면, 개혁의 핵심은 국민과 아군을 설득하여 국익과 공익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명분과 비전이 훌륭한 개혁안이라고 해도 직접 실행할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와 지지가 없다면 끊임없는 내부 마찰에 부딪혀 개혁은 멈추고 쇠퇴의 길로 간다.
다수가 어떤 안보 정책을 놓고 거세게 반대하는 것은 집단 정서와 이기주의 아집과 이권 때문이 아니다.
군사 원칙과 상식을 위반한 소아적 집착이 만든 정책과 자기 진영 결속을 위해 쿠데타 혐오감과 적개심을 심어주고 밀어붙이는 무모함이 노출된 정책, 과거의 정치적 꼼수와 누적된 이적성 데이터가 있는 정책은 국민이 먼저 감지하고 극렬하게 반대한다.
전략은 일방적 선언과 세력으로 완성되는 정치개념이 아니다.
전략은 매 순간 이루어지는 꾀의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합리적인 반대를 묵살한 독단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덮기 위한 더 큰 무리수를 낳고 그 무리수 때문에 망한다.
조선조 원균이 지형과 장병들의 피로도를 경고한 지휘관들의 결사반대를 무시하고 칠천량으로 진군한 오판, 미국의 막강한 산업력에 기초한 통계 데이터를 묵살하고 진주만 공습을 강행한 일본 군부의 독단, 참모들의 만류를 묵살한 나폴레옹의 독선은 러시아 원정으로 파멸했다.
현재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3군 사관학교 폐교 및 국군사관학교 신설 정책은 이러한 역사적 오판과 독단과 독선의 모순을 품고 있다. 모순에 대한 경고를 외면한다면 망하는 길만 남는다.
정부가 인재 육성이라는 장기적인 과업을 예산 절감과 효율성만 쫓는 단기 작전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군의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은 구성원의 자발적 헌신과 명예가 유일한 동력이다. 다수의 반대를 묵살한 일방적 획일화는 군의 전통과 장교단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짓밟는 행위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전문성 말살에 따른 전투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현대전의 합동성은 육·해·공 각 전장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시너지를 낸다. 환경과 전술 철학이 완전히 다른 3군을 붕어빵을 찍듯이 기계적인 하나의 틀로 묶는 것은 전문화와 군별 정통성을 파괴한다. 적을 이롭게 한다.
사관학교는 특수 목적의 아카데미다. 하루하루가 고되고 치열한 사관학교 교육 만족도를 대학교와 비교하는 것은 지옥과 천당의 만족도를 비교하는 유치한 발상이다.
우수 인재 이탈과 정체성 혼란을 노후 시설에서 찾는 것은 구도자가 호텔에서 참선을 해야 한다는 무지한 발언이다.
안보 파탄 정국에서 강신철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쏠리는 시선이 무겁다.
그는 명석한 두뇌와 정통 군사전략가로서의 면모를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근 사관학교 통합 문제에 대해 “과거와 미래의 사관학교 모두 대한민국의 사관학교일 것”이라며 교묘하게 즉답을 피했다.
‘미래의 사관학교도 현재의 성지를 지켜야 한다’는 답변을 기대한 예비역들은 실망과 함께 실소를 머금었다.
군인의 말은 간결하게 핵심을 전해야 한다. 두루뭉술한 말로 진실을 피하는 모습에 사관학교에 ‘연극영화과’도 있는가? 라는 빈축을 샀다.
강신철 후보자는 세 치 혀로 이성적 세상을 속이지 못한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국방력의 원천인 사관학교 제도에 대해 소신 없이 말장난으로 보이는 모호한 태도는 권력의 눈치만 보고 망국적 추진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권력의 독단에 맹종하여 사관학교 폐교와 전작권 환수의 길을 걷는다면, 그 잘못된 선택은 자신의 40년 군생활에 대한 먹칠이며, 군의 붕괴에 종사한 매국적 정치군인으로 남을 것이다.
다수의 국민은 육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의 상식 이하의 매군 행위에 치를 떨고 있다. 강 후보자마저 매군 대열에 서지 않길 바란다.
진정한 군의 리더십은 홀로 깃발을 들고 폭주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우려 속에 숨겨진 리스크를 읽어내고, 그들을 설득해 기꺼이 함께 튼튼한 안보를 만드는 과정이다.
인구절벽과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합당한 진정한 국방혁신은 정치적 시간표에 쫓기는 졸속 사관학교 통합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강신철 후보자는 10조 이상의 국군사관학교 창설 비용을 사관학교 교육 개혁에 투자하여 80년 전통의 3군 사관학교 전통을 유지하면서 군에 부여된 헌법적 책무인 자유통일 사명의 중심에 3군 사관학교가 존재하게 해야 한다.
국방부가 지금 돌아가는 국제 정세와 북한 동향을 냉철하게 통찰한다면 사관학교 폐교 문제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내부 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것이다.
3군 사관학교 불멸의 성지를 파괴하는 것은 이적과 매국 행위다.
강 후보자는 군에서 맺은 40년 동지를 적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에 동지를 배반해서 얻을 수 있는 위대한 과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른길을 걷는 결단만이 그에게 주어진 직분을 지켜내고 위기에 빠진 군을 구하는 유일한 해답이 될 것이다.
한 번 군인은 죽는 순간까지 군인의 정도를 지켜야 한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