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콩밭'…경기도의원 60%가 내달 해외출장

13개 상임위 중 8개…여비만 최소 3억2천만원

최근 뇌물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경기도의회의 도의원 10명 중 6명 이상이 다음 달 해외출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의회 광교신청사 [경기도의회 제공]

31일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심의 회의록을 보면 전체 13개 상임위원회 중 8개 상임위가 내달 5~19일 열리는 임시회가 끝나자마자 공무국외 출장 일정을 잡았다.

보건복지위의 경우 내달 23일부터 29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스페인을, 경제노동위는 임시회 종료 이틀 만인 21일부터 27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다녀온다.

미래과학협력위(21~27일·싱가포르 등), 교육행정위(23~28일·싱가포르), 농정해양위(22~29일·일본), 문화체육관광위(21~27일·일본), 안전행정위(23~10월 1일·카자흐스탄 등), 여성가족평생교육위(미정) 등도 해외출장을 계획하고 있다.

도의회 대표단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의장 출장건까지 고려하면 9월 넷째 주 경기도의회는 156명의 도의원 중 94명(60.3%)이 자리를 비우는 셈이다.

상임위 해외출장에 투입되는 여비 예산은 적게는 3천574만원에서 많게는 4천728만원으로, 아직 출장계획이 승인되지 않은 여성가족평생교육위의 여비가 타 상임위 최소 금액인 3천574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총액은 최소 3억2천여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A상임위원회의 경우 출장 일정 가운데 국립공원, 재래시장, 호수 방문이 각각 하루 일정 대부분을 채웠으며, B상임위원회도 유명 대성당 방문으로 하루를 할애했다.

가뜩이나 전체 도의원 156명의 92%에 달하는 143명이 작년까지 간 국외출장에서 항공료를 부풀려 회계처리를 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에 입건된 상황에서 같은 시기 무더기 해외출장을 계획한 것을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특히 최근 현직 도의원 3명이 뇌물수수 사건으로 구속되고, 1명이 입건되다 보니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노건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은 "뇌물, 회계부정, 성희롱 등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혈세로 무더기 해외출장을 간다니 납득이 안 간다"며 "도의원들은 도민이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보고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도의원은 "작년 말 12·3 계엄과 올해 상반기 출장경비 부정처리 사건 수사 여파로 해외출장이 미뤄지다 보니 내달 임시회 직후에 많이 몰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