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중구 명동에서 벌어지는 자유대학의 반중(反中)집회에 족쇄를 검토 중이라는 10일 자 언론 보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집회를 ‘깽판’이라고 손가락질하자마자 곧바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자유대학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으로, 중국대사관이 위치한 명동을 비롯해 전국에서 반중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 전인 9일 국무회의에서 “(자유대학 집회 참가자들이) 특정 국가 관광객을 모욕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며 “이게 무슨 표현의 자유냐. 깽판이지”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자유대학은 “명동 중국대사관과 중앙우체국 앞에서 이재명 가짜 대통령 규탄 행진을 개최합니다”라고 공고하면서 ‘차이나 리 OUT’이라는 슬로건 아래, “가짜 대한민국, 위대한 중국과 함께 만들겠습니다”라는 이미지와 함께 중국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입에서 깽판을 넘어 ‘국익 훼손’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것도 나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국인 모욕이 깽판이요, 국익 훼손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차이나 리 OUT’이라는 표현이 깽판이요, 국익 훼손이라는 것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할 듯하다.
지난 2019년 12월 주한 미국대사관 앞의 좌파 집회에서는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의 얼굴이 인쇄된 종이를 찢어 두부 및 묵과 함께 으깨거나, 해리스 대사의 얼굴을 크게 인쇄해 놓고 해리스 대사의 수염을 뽑기도 했다. 심지어 해리스 대사의 얼굴을 축구공에 붙여놓고 발로 차는 등의 퍼포먼스도 행해졌다. 당시 경찰은 집회 참석자들을 막지 않았다. 이재명 현 대통령도 그 당시 아무런 비판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차이나 리’라는 외침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난 1월 20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그 직후 은행장들과 가진 비공개 면담에서 스카이데일리의 이름을 콕 집어 은행권의 광고 지원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6대 은행장들에게 “혹시 스카이데일리라는 언론사를 아느냐”며 A은행을 지목했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12월 3일 한·미 군당국이 경기 수원시 선거관리연수원에서 체포한 중국 국적의 간첩들이 평택항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압송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처음 보도한 매체였다.
행장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이상한 언론사인데 A은행에서 상당히 많은 금액을 광고비로 지급하더라. 그냥 한 말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마라”고 직접적으로 광고비를 거론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그냥 한 말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 더 무서웠을 것이다. 이런 ‘이상한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하는 A은행장으로서는 얼마나 섬뜩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사건은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착착 진행됐다. 간담회 바로 다음날 금융노조가 나섰다. “해당 매체에 대한 금융지주의 광고비 지급은 내란 선동 지원”이라며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이 나왔다. 진정한 협치의 현장이었다.
신호를 감지한 은행권을 비롯, 주요 광고주들이 스카이데일리에 대한 광고를 일제히 끊어버렸다. 그날부터 스카이데일리는 백지 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1974~1975년 정부가 동아일보에 대한 언론자유 탄압의 일환으로, 광고주에게 압력을 가해 신문의 광고를 일괄적으로 철회시킨 사건이 무려 50년 만에 이 땅에서 재현된 것이다.
MBC-TV 내의 비(非)민노총 계열인 제3노동조합은 1월 24일 성명을 내고 “은행장들은 최근 스카이데일리가 연속적으로 부정선거 관련 보도를 한 것에 대해 (권력 집단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며 광고비 삭감을 원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한다”며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실은 시중은행에 특정 매체에 대한 광고 집행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공개했다.
레거시 미디어는 물론 대부분의 지성인들은 이 사건에 침묵했다. 유독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친중·종북 세력에 굴복해 진실에 눈감은 대부분의 언론사와 달리 마지막 남은 자유·정론 언론인 스카이데일리를 지키지 못하면 대한민국엔 희망이 없다”고 개탄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스카이데일리 경영주는 권력 집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니나 다를까, 계엄 당시의 선관위 연수원 사건을 보도한 기자는 해당 신문사에서 퇴출당했다.
지금까지 무려 450만 뷰를 기록하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 ‘울면서 호소드립니다’는 전한길 씨가 국민에게 보내는 직접적인 탄원문이었다. 그는 이 동영상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협박으로 광고가 끊긴 스카이데일리의 백지 신문을 흔들며 “이것이 우리가 바랬던 민주주의입니까”라고 외쳐, 많은 이들을 격분케 했다.
전한길이 들고 있는 백지 신문은 과연 그 누가 이 나라와 국민을 중국식 전체주의의 늪으로 빠뜨리는 주범인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고발장이었다.
스카이데일리를 백지 신문으로 만들었던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요, 현 대통령이 지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유대학 집회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모두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전한길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을 인용해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인간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는가를 우리는 매일 같이 목격하고 있다. 플라톤의 지적은 틀리지 않았다.
이신우 前 문화일보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