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 육사 40기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 안보는 단순히 국방 예산을 늘리고 최신 무기를 도입하며 고도의 연합훈련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군은 현재 현실의 적(敵)인 북한 정권과 보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인 중공의 초한전(超限戰)과 군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는 나쁜 정치와 지혜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군은 '세 가지 전선'에서 세 가지 적을 이겨야한다. △전통적인 위협 전선인 북한 정권과의 전쟁, △적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지만 적보다 더 집요한 전선인 중공과의 보이지 않는 초한전, △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는 내부의 적과의 전쟁 등 보이지 않게 안보의 근간을 갉아 먹는 세 가지 전선과 적을 직시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유연하고도 강력한 전략을 강구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1. 제1의 적(敵), 북한 정권을 제압하는 전략
북한은 '두 국가론'을 내세우고 중국, 러시아와의 '신냉전 동맹'을 강화하며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위협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넘어, 북한이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대화에 매달리고 산 닭을 주고 죽은 닭을 취하는 평화정책은 오히려 우리의 안보와 외교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 우리는 북한 체제의 본질인 '통제와 생존'의 욕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지혜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
북한에게 어떤 당근을 제시해도 핵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강력한 군사 억지력 발휘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유연하게 외교적, 심리적, 경제적 수단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변화하는 만큼 국제 사회가 제재를 완화하는 ‘채찍과 당근’ 정책을 고수하고, 동시에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는 양동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국방부의 새 국가방위전략은 중국·러시아 억제를 우선시하며 주한미군 역할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군사력 재배치를 넘어, 한국에게 전략적 자강(自彊)과 북한을 전적으로 한국군이 전담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기존의 '절대 동맹' 의존에서 벗어나, 자주 국방 능력 강화를 위해 자율 국방 시스템 구축, 군사-민간 기술 통합 추진, 첨단 기술 동맹 다변화, 전방위적 다차원 외교를 통해 총체적 국가 역량을 끌어올린다면 글로벌 안보 질서에서 주도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2. 제2의 적(敵), 중국공산당을 제압하는 전략
1천년의 적(敵)인 중공의 한반도 침탈은 1950년 10월, 압록강을 넘어 전쟁에 불법 개입하여 대한민국을 유린하고 남북통일을 방해했다. 막대한 병력을 투입하여 국토를 참절하고도 아직도 사과 없이 동북공정, 사드 보복, KADIZ 무단 침범, 잠정조치수역(PMZ) 내 구조물 설치 등 대한민국 주권을 위협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의 불법 어선들은 한국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지속적으로 침범하여 주권을 침해하고, NLL 인근에서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우리 해경에 쇠창살과 흉기를 휘두르는 등 폭력적인 저항을 서슴지 않는 불법 조업 선단은 단순한 어민이 아니라, 군사적 훈련을 받은 해상 민병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어업 활동을 가장한 준군사적 침투 시도로, 우리의 영토를 침탈하는 초한전(超限戰) 행위다.
초한전(超限戰)은 군사분야 외에도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접목하고 있다. 2004년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공자학원은 겉으로는 교육과 문화 교류를 표방하지만, 중공의 소프트 파워를 확장하고,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입장을 전파하며 자국의 유학생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화 침투는 장기적인 종속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공이 한국의 주요 기업과 방위산업체를 사이버 침투로 핵심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 온라인 댓글 부대와 가짜 언론을 동원하여 여론 조작으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군과 국민을 분리하는 행위는 국가 안보 의지를 약화시키고, 국가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중공군의 한국전쟁 개입부터 초한전에 이르기까지 책임과 역사적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도 중공이 한반도 침탈 야욕을 버리지 않는다면 중공이 잃을 게 더 많은 한중 국교 단절로 중공의 몰락을 재촉해야 한다.
3. 제3의 적, 안보 시스템을 파괴하는 종북굴중 위정자 척결.
북한의 군사 역량과 내부 억압은 갈수록 강화되는 모습인데, 위정자 일부는 외부의 위협에는 눈을 감고 군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면서 혼란과 갈등을 양산한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내란 특검의 군사작전 외환죄 엮기 시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을 못하게 전시작전권(전작권) 환수 논쟁, 방첩사 해편, 명령 불복종 사례집, 진중 문고 폐기, 안보목소리 가짜 뉴스로 매도 등 국가 안보의 핵심 기구와 핵심 정신을 와해시키려는 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군마저 정치화되고 권력의 눈치를 보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무의미하다. 국가 안보라는 대원칙과 군사적 결정이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면 군 지도부가 9.19 군사분야합의 같은 매국적 항복행위를 했다. 안보 파괴 역사는 모두 박제되어 있다.
군은 군을 지키기 위해 바른소리하는 의사결정 시스템과 카터 대통령 시절 미군 철수를 반대했던 ‘싱글러브’ 같은 용기 있는 군인을 필요로 한다. 이번 새로 편성된 군 지도부는 총체적인 안보 위기를 직감하고 권력 눈치를 보지 말고 국가 방위에 전념해야 한다. 군 지도부가 용기와 양심이 있다면, 나쁜 정치에 의한 군과 국민 분리와 내부 분열과 간첩 행위 방치로 패망한 남베트남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