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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 한미칼럼] 초코파이 소송의 진짜 승자는…
  • 임요희 문화전문기자
  • 등록 2025-11-30 17: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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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끌었던 초코파이 소송에서 보안업체 직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미일보

무심코 1050원짜리 간식을 먹었다가 2년 가까이 재판에 끌려다녔던 보안업체 직원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민적 여론은 대체로 다행이라는 쪽이다. 우리네 인심이 초코파이 하나 갖고 사람 고발하고 이러진 않았으니 말이다. 

 

무죄가 되긴 했지만 피고발인은 2년여 시간을 재판에 허비하며 맘고생을 해야 했다. 1050원짜리 때문에 돈과 시간을 허비하긴 고발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 일로 사람들은 몇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는데 하나는 설사 초코파이 하나라도 주인 허락 없이 함부로 집어 먹으면 안 된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소소한 일에 공권력을 끌어들이면 그 자신도 인생이 피곤해질 뿐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게 된다는 것이다. 

 

사측이 그를 고발한 진짜 이유가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먹을 거 갖고 그러는 건 심했다. 넘어가도 될 일을 넘어가지 않으니 체하는 게 당연하다. 

 

보편적인 인식으로 보면 고작 1050원짜리 과자 때문에 재판까지 간다는 게 각박해 보인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절도는 절도이므로 검찰과 법원은 법에 입각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1050원짜리 재판을 위해 2년간 검사들과 판사들이 투여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 그래도 재판 비용이 피해액보다 크다고 재판을 안 할 수 없다. 경제적 소송이란 있을 수 없다. 

 

피고발인도 재판에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지만 돈이나 시간만큼 명예도 중요한 법. 죄가 없다면 죄 없음을 인정받는 게 맞다. 

 

결국 고발한 이도 욕을 먹고, 고발당한 이도 마음고생·몸고생·돈낭비를 하고, 피고발인을 기소한 검사도 욕을 먹고, 애초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지 않은 판사도 욕을 먹었다. 진짜 승자는 아무도 없는 셈이다.

 

유일한 승자가 있다면 초코파이 소송으로 톡톡히 광고 효과를 본 초코파이 회사일 것이다.

 

1974년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는 50년간 누적 판매량 500억 개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누적 매출도 8조 원을 훌쩍 넘는다. 베트남에서는 조상님의 정(情)에 감사하는 의미로 제사상에 초코파이를 올린다고 하며 러시아에서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재판에 진 사람이건 이긴 사람이건 다시는 초코파이를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겠지만 우리 같은 제삼자는 초코파이 소송 때문에 불현듯 초코파이가 당기기도 한다.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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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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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30 21:53:27

    글이 재밌다 한미일보 점점 재밌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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