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4일부터 8일까지 경남 거제 저도 청해대에서 취임 후 첫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공식 일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동시에 “정국 구상을 위한 독서와 재정비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신임 대표 정청래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대통령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기간 중 비공개 회동 가능성은 정치권에서 매우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

청해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민간 접근이 불가하며, 고립된 지리적 특성상 외부 노출 없이 정무 조율을 하기 최적의 공간이다. 정청래 대표가 지방 일정을 핑계 삼아 청해대를 찾는 것은 전례 없는 일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정청래가 청해대에서 대통령과 만날 경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의제가 중첩될 가능성이 높다.

① 김민석 총리 체제의 한계와 개편론

김민석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이 탄핵 이후 임명한 첫 국무총리다. 하지만 최근 여권 내에서는 “정무적 무게감 부족”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로 청문회 당시 재산 신고 누락, 가족 관련 해명 논란, SNS 설전 등이 도마에 올랐으며, 여론조사에서도 긍정과 부정이 각각 50%대와 30%대 중반으로 갈렸다.

특히 당과 정부 간 개혁 속도와 메시지 조율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서, 정청래 대표는 총리 교체 또는 정무 라인 재편의 필요성을 직접 제기할 수 있다.

② 3대 특검 출구전략 및 정무 부담 조정

김건희 특검, 윤석열 내란 특검, 채상병 사건 등 이른바 '3대 특검'은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지만, 검찰·법원의 반응은 미지근하고, 국민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와 대통령이 이 문제의 정치적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판단을 공유하고, 후속 정무 전략을 새로 짜야 할 타이밍이다.

특검 정국을 이어가느냐, 방향을 바꾸느냐는 정권의 통치 전략에 직결된다.

③ 지방선거·대선 앞둔 권력구조 재정비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는 정책 성과 축적과 정치 구도 정비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

정청래 대표는 친명계이지만, 당의 독자적 위상을 주장하고 있으며 대통령실과의 수평적 관계 정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청해대 회동은 당·정 간 전략적 연합을 재설계하고, 확장 가능한 권력 재편 시나리오를 정비할 기회다.

④ 트럼프 회담 앞둔 외교·경제 메시지 조율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1일 전후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미 “3500억 달러 선불 제공, 투자처는 내가 선정”이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으며, 한국 정부는 문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방미는 외교적 굴욕 또는 내정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위험 이벤트다. 정청래 대표와의 회동은 이 회담에 대한 국내 정당성 확보, 메시지 통일, 여당 지원사격 체계 마련을 위한 마지막 통로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청해대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단지 정무적 인사나 당청 조율이 아니라, 정권의 후반기 전략 전환, 개혁 구도 유지, 외교적 정당성 확보까지 걸린 전방위 전략회의가 될 것이다.

그 회동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아도 정국의 흐름은 바뀔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리막에 접어든 자와 오르막 초입에 서 있는 자, 보이지 않는 기세 싸움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 회동은 단지 한 장면이 아니라, 앞으로의 권력지형을 결정짓는 숨은 전선의 일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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