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김민석 의원. 연합뉴스
“이심정심(李心鄭心)으로 대통령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이정김(李鄭金) 동심으로 개혁을 폭풍처럼 밀어붙이겠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나란히 내뱉은 이 문장은 그 자체로 정치의 시대정신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한때 “당은 청와대의 하청업체가 아니다”라 외쳤던 이들이, 이제는 정권의 한 몸처럼 움직이겠다고 자청한다. 삼권분립과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골격은 사라지고, 정권 중심부는 충성의 언어로 엮인 하나의 유기체가 되려 한다.
정청래 대표는 잘 알려진 사례 하나로 상징된다. 세월호 광화문 단식 농성 중 뒷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다 발각된 사건. ‘진정성 없는 연기 정치’의 전형이었다. 그는 당시 “국민과 함께 고통받겠다”고 선언했지만, 연출된 고통이 실체보다 앞섰다. 그리고 지금, 그는 “내란 세력 척결”과 “비상계엄 해제 수준의 결단”을 외치며 입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인물은 김민석 국무총리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개혁의 전면에 서 있었으나 이후 열린우리당 탈당, 민주당 복귀, 이낙연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 송영길 체제에서의 영향력 확대, 그리고 이재명 정권에서의 총리 발탁까지, 계파 이동의 살아 있는 역사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
2018년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하려다 박원순에게 밀렸고, 문재인 정권 초기에는 친문 핵심에서 밀려나 조용한 관찰자로 머물렀다. 하지만 2020년 총선에서 이낙연 대표의 ‘안정형 전략’에 힘입어 영등포을에서 복귀했고, 당 정책위의장으로 발탁되며 주류로 재진입했다.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중진 그룹과의 연합 노선을 통해 포지션을 강화했고, 이후 비명계가 소외되는 이재명 정권 체제에서도 다시 ‘충성의 카드’를 꺼내 총리직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최근 “정 대표와 나는 이심정심이 아니라 이정김 동심”이라며 대통령 중심의 국정 운영을 찬양했다. 겉보기엔 정권의 성공을 기원하는 발언이지만, 그 내면에는 정치 생존의 기막힌 타이밍 감각과 줄타기가 숨어 있다. 과거엔 조용히 물러서 있다가, 이제는 개혁의 선봉을 자처한다. 그것이 김민석이라는 정치인의 진짜 면모다.
결국 이정김 동심이라는 말은 국가의 비전이 아니라 정치 생존의 설계도에 가깝다. 정청래의 단식 연기와 김민석의 계파 순례는 모두 한 지점을 향한다. 권력 중심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가. 국민을 향한 정치가 아니라, 권력을 향한 충성. 시대정신이 아니라 시류적 언어.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개혁’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가?
‘동심’이 정말 국정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기억을 지우고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말장난일 뿐인가?
#정청래 #김민석 #이심정심 #이정김동심 #계파정치 #광화문흡연 #충성정치 #정치생존술 #민주당위선 #개혁의사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