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상호관세 전략은 글로벌 기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인다. 자동차, 반도체, 로봇, 선박 등 세계 생산기지가 ‘Made in USA’라는 이름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미일보 그래픽
목차
① 글로벌리즘의 덫과 한국의 선택
② 목표는 Made in USA 수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꺼내든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전략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파급력은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수준이다. 원칙은 명확하다. 미국이 상대국에서 당한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적용은 한층 복잡하다.
기본 15% 수준의 보편적 관세를 깔아두고, 무역흑자 규모·비관세 장벽·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매겨 20~40%까지 올린다. 단순한 계산법이지만, 이 원칙은 세계 곳곳의 생산 거점을 흔드는 강력한 도구로 작동한다.
신흥 생산거점의 함정
글로벌리즘의 대표적 산물이 바로 신흥국 생산기지였다. 지난 30년간 다국적 기업은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중국, 베트남, 멕시코, 인도로 공장을 옮겨왔다. 하지만 상호관세 체제에서 이 장점은 오히려 덫이 된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의류, 전자제품 생산의 중심지다. 그러나 미국 수출 시 기본 20% 관세를 맞고, 중국산 부품이 섞이면 최고 40%까지 올라간다.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은 여전히 ‘중국 부품 없이는 완제품 생산 불가’에 가깝다. 미국은 이를 빌미로 베트남산 제품 전체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멕시코는 USMCA(미·멕시코·캐나다 협정)라는 제도적 울타리를 갖고 있지만,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 즉각 25% 관세가 적용된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일정 비율 이상 북미산 부품을 써야 무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중국산이나 아시아산 부품 비중이 크면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인도 역시 비슷한 처지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지만,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가 높다. 미국과의 무역흑자도 커서 상호관세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저임금이라는 장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셈이다.
선진 동맹국의 굴복
상호관세 전략은 신흥국만 겨냥하지 않는다. 일본·유럽연합 같은 동맹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끝에 5,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하고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했다. 유럽연합은 농산물 수입 확대와 현지 공장 증설을 조건으로 일부 품목 관세 유예를 받아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한 경제협상이 아니었다. 안보와 경제를 결합한 압박이었다.
일본에는 주일미군, 유럽에는 나토 분담금 문제가 연결돼 있었다. 트럼프는 “안보 공짜는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방위비와 무역을 하나의 거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동맹국들은 안보 불안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결국 투자 확대라는 출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제도적 틀 덕분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대미 무역흑자가 큰 만큼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결국 한국 역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내 직접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 차원의 압박… 삼성 사례
삼성전자는 상호관세 전략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이다.
베트남 공장은 세계 스마트폰 생산의 핵심 기지지만, 미국 수출품에는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 멕시코 공장은 USMCA 덕분에 보호받지만 원산지 규정을 충족해야만 0% 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삼성은 미국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고, 배터리·가전 생산 기지도 미국 내에서 확대하고 있다.
삼성의 움직임은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에서 팔려면, 미국에서 만들어라.”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이 신호를 읽고 있다.
한국의 선택지
한국이 상호관세의 그물에서 완전히 벗어날 방법은 없다. 그러나 국익을 위한 선택지는 분명하다.
첫째, 미국 내 직접 투자 확대다. 이는 비용이 크지만, 관세 0%라는 확실한 보험이다.
둘째, 중국 의존 축소다. 부품·중간재 공급망을 다변화해 미국 규제망을 피해야 한다.
셋째, FTA와 동맹 활용이다. 제도적 예외를 확보하고, 안보와 경제 협상을 분리할 수 있는 틀을 유지해야 한다.
넷째, 첨단산업 고도화다. 미국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반도체, 배터리, AI, 첨단소재 분야에서 대체 불가한 협상력을 만들어야 한다.
요약하면, 한국의 생존 전략은 친미·탈중국·첨단화라는 3축으로 귀결된다. 상호관세 전략은 한국의 제조업에 직접적인 압박이지만, 동시에 산업 재편과 기술 고도화를 강제하는 계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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