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외인매도 속 기준금리 상회…석달만에 박스권 뚫려
한미 금리인하 기대감 동시 후퇴…10·30년물 금리 연중 최고
한국 채권 시장 한국 채권 시장 [챗GPT 제작]
석 달간 횡보세를 보였던 국고채 금리가 최근 외국인의 거센 선물 매도세에 떠밀려 박스권을 뚫고 상승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동시 후퇴한 게 주된 이유로 보인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직후인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3년 국채 선물을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24일(2만9천449계약)에는 역대 다섯 번째로 큰 순매도를 보이기도 했다.
월별로 볼 때 이달 외국인의 3년 국채선물 순매도 규모는 6만8천619계약으로 올해 들어 지난 5월(8만232계약)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외국인은 10년 국채선물도 지난 24∼29일 4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가 이날 겨우 소폭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떠밀려 국고채 금리는 거의 석 달 만에 박스권을 벗어났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연 2.58%로 집계돼 지난 25일 이후 4거래일 연속 기준금리(연 2.50%)를 웃돌고 있다.
금리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줄곧 연 2.4%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보이다가, 최근 외국인 매도 압력에 영향을 받아 약 3개월 만에 박스권을 뚫고 연 2.5%대로 올라선 상태다.
10년물 금리 역시 지난 26일 연 2.943%로 연중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이날 연 2.951%로 최고치를 재차 갈아치웠다. 30년물 금리도 이날 연 2.841%로 연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한미 양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것을 주된 배경으로 여긴다.
우선 미국은 경제지표 중에서도 '고용'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꼽히는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사이에서 현 고용상태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자 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연준 위원들은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반면,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위원들은 향후 고용시장의 둔화에 대응해 추가적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부동산 시장에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이 붙들린 상태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황건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잇달아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기준금리 인하의 조건이라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은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001200]은 "중앙은행에서 중시하는 지표에 불안한 모습이 확인됐다면 굳이 위험부담을 지고 인하를 빨리, 그리고 많이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10월이 아닌 11월로 이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한 가운데 다음 달 휴장으로 시장 대응이 불가능한 긴 추석 연휴까지 앞두고 있어,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를 통한 포지션 정리가 이어진 걸로 보인다. 이미 국고채 금리가 큰 폭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음에도 투자 불안심리에 국내 기관의 매수세 유입도 제한적인 형국이다.
다만 다음달 초 세계국채지수(WGBI) 반기 리뷰에서 한국의 WGBI 편입 시기가 내년 4월로 재확인되면 추종 자금이 유입돼 금리가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기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