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관련 1심 결심 공판 중계 장면 [사진=KBS화면 캡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1심 선고가 구정 연휴 직후인 2월19일로 예정돼 있다.
무죄부터 무기징역·금고, 나아가 사형까지 법정형의 폭이 극단적 사안인 만큼, 법조계와 정치권의 시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미일보는 선고를 앞두고 전 대법관, 전 법원장, 전 검찰총장, 전 대검 고위 간부, 로스쿨 교수, 유명 변호사,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등 10여 명과 직접 만남 및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에는 담당 재판부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사도 포함돼 있다. 모든 인터뷰는 익명을 전제로 이뤄졌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전망은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기존의 법 해석을 기준으로 하면 무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확장 해석을 적용하면 유죄다.”
여기서 ‘기존의 법 해석’이란 대법원 판례가 정립해 온 내란죄의 엄격한 성립 요건, 즉 국헌 문란의 목적과 폭동의 실질적 존재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반면 ‘확장 해석’이란 계엄 선포 전후의 정치적 상황과 파급 효과를 국헌 문란과 폭동 개념에 포괄적으로 연결하는 접근을 의미한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전직 대법관은 “특검의 결심 공소 논리를 보면 계엄을 내란으로 연결시키는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내란죄만을 분리해 놓고 보면 유죄로 판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전직 검찰총장 역시 “정치적 환경을 감안하면 유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순수하게 법리만 놓고 보면 내란죄의 경우 무죄 판단이 나올 여지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내란 사건 재판부 구성원 중 한 명과 인연이 있는 변호사는 “결심에 이르기까지 재판부가 극도로 조심스럽고 엄중하게 절차를 밟아온 것으로 안다”며 “정치적 고려보다는 법리에 따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결국 이 발언은 이번 재판의 핵심이 사실관계가 아니라 ‘어떤 해석의 틀을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판례 중심의 협의 해석을 택할 경우 무죄 가능성이 커지고,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확장 해석을 택할 경우 유죄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로 읽힌다.
피고인 진술을 하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전직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보수 성향의 A 전 법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사건 판결문을 읽고 한숨이 나왔다. 초임 법관의 판결문보다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런 기조라면 내란 사건은 더 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B 전 법원장은 “결국 관건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라며 “이를 깨는 해석을 택할 경우 유죄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설령 판결에 정치적 영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과연 국민 중 누가 그렇게 믿겠느냐”고 덧붙였다.
두 전직 법원장의 발언은 결론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번 재판이 법리의 문제를 넘어 사법 신뢰의 문제로 확장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수 성향의 전직 법원장이 판결문의 완성도 자체를 문제 삼은 반면, 진보 성향의 전직 법원장은 판례 해석의 선택이 곧 정치적 오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 셈이다.
C 로스쿨 교수(형법 전문) “공소 내용, 법원이 채택한 증거 등으로만 보면 무죄 가능성이 높다.”며 “중요한 점은 재판부가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와 법정 증언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현재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관계와 법원이 채택한 증거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내란죄 성립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재판 결과가 추가적 정치적 해석이나 사건의 맥락이 아니라, 증거의 신빙성과 증언의 일관성에 대한 재판부의 평가에 의해 좌우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일보가 만난 10명의 법조계 인사들은 대체적으로 무죄를 예상했지만 공통적으로 ‘정치적 압박이 없는 상태’를 전제로 달고 있다.
한편, 율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시각은 재판 결과보다 정치에 미칠 영향에 기울어져 있었다. 이들은 유·무죄 판단 자체보다도 판결 이후의 정치 지형 변화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무죄가 선고될 경우에 대해 이들은 “이재명 정권이 정치적 위기에 빠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야당이 어떤 대응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할 경우, 이재명 정권은 사실상 즉각적인 레임덕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반대로 유죄가 선고될 경우에는 “국민의힘이 여권의 공세와 내부 갈등 속에서 급속히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며 “지방선거는 여권의 압승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법조인들이 법 그 자체보다 ‘상황’을 걱정하고, 율사 출신 정치인들이 재판의 공정성보다는 사후 정치적 파장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취재 과정에서 들은 한 인사의 말이 떠올랐다.
“이 사람, 아직도 순진하구만. 재판에 공정이 어디 있어?”
이번 1심 선고는 단순한 유·무죄 판단을 넘어, 한국 사법과 정치의 경계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