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오른쪽)와 제2야당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20일 연정 수립 합의문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가 20일 연립정권 수립에 정식 합의하면서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오는 21일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하게 됐다.
다카이치 총재와 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이날 도쿄에서 만나 연정 수립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자민당은 1999년부터 26년간 협력 관계를 이어온 중도 보수 성향 공명당이 지난 10일 연립에서 이탈한 뒤 새로운 연정 수립을 추진해 왔고, 불과 열흘 만에 강경 보수 성향 유신회와 손을 잡았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내각은 보수색이 강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요시무라 대표와 회담에서 "국가관을 공유하는 정당으로서 진지하게 정책 협의에 대응해 준 점에 감사드린다"며 "오늘을 하나의 기점으로 해서 일본 경제를 강하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요시무라 대표는 "행정 개혁을 추진해 일본을 함께 좋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문에는 국내외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안정적 정권을 만들어 '일본 재기'를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양측이 전면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또 헌법 개정과 안전보장, 사회보장, 통치기구를 포함한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합의로 오는 21일 치러질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뒤를 잇는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유신회 의원들은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할 방침이다.
총리 지명선거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이 각각 실시하며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투표 결과를 우선시한다.
중의원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사실상 당선이 확정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에서는 과반 확보가 필요조건이 아니며 단순히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자민당과 유신회의 중의원 의석수는 각각 196석, 35석으로 합치면 과반인 233석에 2석 모자란 231석이다. 여기에 자민당 출신 의장과 보수 성향 군소 야당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표를 줄 경우 1차 투표에서 판가름이 날 수도 있다.
아울러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도 중단돼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선출이 확실해졌다.
다만 유신회는 다카이치 총재 제안에도 입각하지 않는 '각외(閣外) 협력' 형태로 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신회는 자당 의원들의 행정 경험이 부족하고 자민당과 협력이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신회는 정책 면에서 실적을 쌓은 뒤 입각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민당 측은 총리 보좌관에 엔도 다카시 유신회 국회대책위원장을 기용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신회는 연정 참여 조건으로 유사시 대비 '오사카 부(副)수도' 지정, 사회보험료 인하, 국회의원 정원 10% 축소 등을 요구했다.
자민당은 유신회가 연정 참여 조건으로 제시한 정책들을 대부분 수용하기로 했다. 양당 간 이견이 있는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는 협의를 지속해 다카이치 총재 임기인 2027년 9월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