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시민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술병을 여성에게 건넨 후 술잔을 가져가고 있다. Ktv 영상 캡쳐
이재명 대통령이 광화문 시민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보여준 장면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통령이 술병을 옆자리 여성에게 건네고, 여성이 이를 받아 그의 잔에 술을 따르는 영상이 퍼지면서 일부 여성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실종됐다”며 강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상징성을 지니는 만큼, 공적인 자리에 준하는 회식에서의 무의식적 태도는 단순한 사소함으로 넘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해당 영상이 퍼진 이후 SNS에서는 “왜 본인 잔은 본인이 따르지 않느냐”, “중년 남성이 술을 권하고 여성이 따르는 장면은 과거 권위적 회식문화의 상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사장과 여성 직원이 저런 식으로 술을 주고받는 장면을 떠올려보라”는 지적은, 대통령의 행위가 단순한 호의로 포장되기 어려운 성역할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여성 인식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회식 자리만의 일이 아니다. 그가 꾸린 초대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 과정에서도 '겉치레 성평등'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여성 장관 비율 30% 달성”을 공약했으며 실제로 장관 후보자 17명 중 5명이 여성이며, 비율상으로는 29.4%에 달한다. 그러나 숫자 이면을 들여다보면 ‘성평등 전문성’이나 실질적 권한 배분 측면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낸다.
특히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정된 강선우 의원은 복지 전문가로 알려졌으나, 성평등이나 젠더 이슈 관련 전문성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가 장관 지명 소감이나 첫 출근 소감에서 ‘성평등’이란 단어조차 꺼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입체적이고 경도되지 않은 시선”이라는 모호한 언급이 전부였다는 점에서, 여성가족부의 정체성과 기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여성 인사가 유임된 사례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젠더 인식은 도마 위에 오른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여성농민 친화 정책에 소극적이었고, 오유경 식약처장은 임신중단약 ‘미프진’ 도입을 미뤄왔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여성계는 이러한 인사가 재기용된 배경을 “젠더 감수성이 후퇴한 정부 기조의 반영”으로 해석한다.
여성 인사의 숫자는 늘었을지 모르나, 여전히 국정기획위원회나 대통령실 수석급 인사에서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정책 결정의 중심에는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외형적 평등을 내세우되 실질적 권한과 전문성은 등한시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기대를 모았던 인물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행보는 실망을 넘어 실질적 퇴행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시민과 격 없이 술잔을 나누는 모습이 대통령의 소탈함을 보여주는 장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장면이 ‘여성은 술을 따르는 존재’라는 메시지로 읽히는 순간, 그 소탈함은 무지의 다른 이름이 된다.
진정한 성평등은 술자리에서 잔을 따르게 하지 않는 데서 시작되고, 여성 인사의 숫자보다 그들이 발휘할 권한과 역량에 대한 존중에서 완성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젠더 감수성’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여전히 해묵은 잔치문화의 한가운데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기준을 향해 한 걸음 내딛고 있는가. 그 답은 국민들이 더 이상 술병을 읽어주는 사회에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도망칠 수는 있어도 숨을 수는 없다". Ktv 화면 캡쳐
그리고 회식 자리를 함께한 식당 사장이 입은 티셔츠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You can run but you can’t hide(도망칠 수는 있어도 숨을 수는 없다).”
지나치듯 찍힌 사진 속 문장 하나가 이 대통령의 지금과 앞으로를 곱씹게 만든다. 현실로부터, 책임으로부터, 시대 감수성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있어도, 결국 국민의 눈은 그를 비켜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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