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제46주기 5·18 군·경 순직자 추모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와 5·18 군·경 순직자 명예회복위원회의 공동 주최로 엄수된 이날 추모식은 현충원 28·29 묘역에 안장된 27위의 영혼을 달래고 희생 군·경들의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행사로 치러졌다. 허겸 기자ⓒ한미일보
1980년 5·18 당시 예비군 무기를 탈취한 폭도들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다 생을 등진 군인과 경찰 27명에겐 죽음의 무게도 달랐다. 무장 폭동을 진압하다 장렬히 산화한 고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넋을 기리는 46주기 추모식이 정부가 외면한 가운데 엄수됐다.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탈바꿈하는 사이 국가의 부름을 받고 사선에 뛰어든 전사자들의 이름은 기억의 저편 너머로 점차 사라졌다. 비록 일반인에게는 잊혀졌지만 유족과 옛 전우들은 추모식장을 찾아 비통한 심정으로 향을 피우고 전사자들의 영혼을 달래며 진상 규명을 다짐했다.
계엄군은 10일간의 고통스러운 작전에서 특전사 15명·31사단 3명·전투병과교육사령부 2명·20사단 2명·9전차에서 1명이 전사했고, 경찰은 함평에서 4명이 희생당하는 애통스러운 대가를 치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5·18 이듬해인 1981년 계엄군 활동을 ‘폭동 진압’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1997년 대법원은 ‘국가반란’으로 정반대로 판단을 뒤집었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2월 계엄군 전사자 22명을 순직자로 변경했다. 폭도의 쏜 총에 맞아 죽었는데도 공무 중 교통사고 사망 수준으로 위상을 격하했다.
5·18 순직 군경 묘역. 허겸 기자이날 추모식에는 고(故) 김지호 상병의 친형 김지현 유족대표와 고(故) 이관형 상병의 유족 이재형 씨 등 소수만 참석해 그간 유족이 느꼈을 울분을 짐작하게 했다. 명령에 복종하다 유명을 달리했는데도 ‘살인마’로 책임을 덮어씌우는 정부와 정치권을 깊이 불신하는 것이다.
5·18 폭동 46년이 지나도록 전사자 유족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전사자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는 시·공간이 마련됐다.
5·18 군·경 순직자 명예회복위원회(회장 어득용)와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회장 임태현)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주관한 ‘제46주기 5·18 군경 순직자 추모식’이 유가족과 군 예비역 및 시민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어득용 특명회 회장은 “반란·폭동·내란·전쟁에서 죽은 전사자의 서훈을 박탈하고 순직으로 격하시킨 데 대해 국가가 책임 있는 조치에 이어 다시 격상시키는 일이 급선무”라며 “전사한 사례 중에서 유일하게 5·18만 충혼탑이 없는 것도 향후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어 회장의 내빈 소개에 이어 활동 경과를 보고한 김대용 특명회 부회장은 “5·18 군경 호국영웅의 명예회복을 위해 더욱 분발하고 사명을 다하겠다”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재규 특전사동지회 사무총장은 “우리는 영원히 기억하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1980년 5월 정치·경제·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국가의 명을 받아 질서 유지를 위해 현장에 투입돼 오직 위국헌신·군인본분의 사명을 다하시다가 구국의 영원한 별이 됐다”며 순직자 명단을 호명했다.
추모식에서는 유족대표와 유가족·특전사동지회장·특명회장에 이어 특전사동지회 고문단·상이군경·참전전우·전군구국동지연합회장단·특전사동지회 각 지부, 특명회 등 사회단체 순으로 헌화와 분향했다.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제46주기 5·18 군경 순직자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허겸 기자ⓒ한미일보
이어진 식순에선 △특전사동지회장 추모사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겸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대불총) 공동회장 추모사 △특전사동지회 상임고문 △고(故) 차정환 소령 동기대표 이상대 예비역 육군중령 추모사 △임성산 늘푸른 시낭송협회장의 추모시 낭독 △응천스님·박종성 목사 종교의식 △헌화와 분향 △소프라노 변경수 교수의 그리움 추모곡 △김원하 목사의 트럼펫 ‘비목’ 연주 △순직자에 대한 묵념 △‘검은 베레모’ 제창 △폐회사가 진행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신윤희 전 헌병감(대불총 공동회장)과 3공수 13대대장을 지낸 변길남 전 39사단장, 3공수 13대대 9지역대장을 지낸 이상휴 5·18참전군인회 회장이 참석했고, 장충근 국가원로회 회장과 이주천 5·18역사학회 회장, 이석희 해사구국동지회 전 회장 및 최장규 해병대장교구국동지회장 등 전군연합 동지회장단, 원종삼 ROTC애국동지회장, 이두호 자유수호국민운동본부 회장, 하지호 대불총 사무총장, 오상종 자유호국단 대표 등이 함께했다. 육사총구국동지회는 사관학교 통합 세미나와 시간이 겹친 관계로 불참했다.
추모식 참석자들은 실내 행사에 앞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27위를 모신 현충원 28·29구역을 찾아 추도했다.
18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제46주기 5·18 군경 순직자 추모식이 거행되고 있다. 허겸 기자ⓒ한미일보허겸 기자